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방성혜 지음/시대의 창 펴냄
정조는 즉위 초부터 크고 작은 종기를 자주 앓았다. 특히 여름이면 발열이나 오한, 통증에 시달렸다. 정조 24년 음력 6월,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에 정조는 등의 종기에서 피고름을 쏟아냈다. 며칠 동안 고름이 쏟아지자 의관들은 반드시 인삼이 들어간 보약을 먹어야 한다고 강요했다. 정조는 자신이 인삼을 먹으면 안 되는 체질이라고 반대했지만 결국 사흘에 걸쳐 인삼을 먹었고, 끝내 혼수상태에 빠져 숨을 거뒀다. 정조를 죽인 것은 종기일까? 인삼일까?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는 조선 시대 최대 난치병 중 하나였던 종기를 통해 조선 시대의 의료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한의사인 저자는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사료를 통해 조선 시대 역대 임금의 종기 수난사를 살펴본다. 또 종기 치료에 성공한 사례들과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분투했던 의사들, 종기 치료에 쓰인 도구와 방법 등 조선 시대 종기 치료의 역사도 짚어낸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의 역대 군왕 27명 중 12명이 종기를 앓았다. 문종과 성종, 정조는 종기 때문에 갑작스레 죽음을 맞기도 했다. 당시 종기는 현대의 '암'과 같은 정도로 인식됐다. 종기를 치료하려면 살갗을 가르고 뼈를 깎아내면서 환부 깊숙이 차 있는 고름을 빼내야 했다. 종기 치료는 쉽지 않았고 때로는 죽을 수도 있었다. 건강하던 문종은 지독한 등창에 시달리다 즉위 2년 만에 죽음에 이르렀고, 광해군은 재위 6년만에 뺨에 종기가 생기며 병고에 시달렸다. 문종이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광해군이 병으로 정사를 놓지 않았더라면 조선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는 "종기는 암이나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성질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서 으르릉거린다"고 말한다. 360쪽. 1만5천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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