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나 흡연을 하면 가장 흔한 형태의 탈모증인 안드로겐 탈모증(남성형 탈모)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열린 대한탈모치료학회 심포지엄에서 중앙대병원 피부과 홍창권 교수와 전국 탈모 관련 피부과 네트워크인 '털나라 네트워크' 팀이 발표한 내용이다. 안드로겐 탈모증은 가장 흔한 형태의 탈모증으로 주로 유전적 원인과 남성 호르몬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에 밝혀진 내용은 탈모의 중증도가 흡연, 음주 등의 환경적 인자와 관계가 있다는 것.
◆니코틴이 모발에 영양공급 막아
전국 17개 탈모전문클리닉에서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안드로겐 탈모증 환자 3천114명(남자 1천883명, 여자 1천2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 및 음주를 하는 환자의 탈모가 더 심했고, 이런 현상은 남자에게 두드러졌다.
담배 성분 중 니코틴에 의해 혈관이 수축돼 모발에 영양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고, 과도한 음주로 모근의 피지 분비가 늘어나 모발이 가늘어지고 약해질 수 있는데, 이러한 영향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탈모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
탈모의 평균 발병연령은 남자는 29.8세, 여자는 33.6세로 20, 30대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20대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보였는데 남자는 50.2%, 여자는 34.6%에 달했다. 가족력이 있으면 탈모증이 더 심했다. 발병연령 역시 가족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남자 28.8세, 여자 32.7세로 가족력이 없는 환자군보다 2, 3세 정도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 환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주관적인 증상으로 가려움이 있었으며 기름기, 뾰루지, 비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대부분 지루피부염에서 나타나는 증상인데, 탈모증 환자의 경우 지루피부염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규칙적인 식습관, 수면시간은 탈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환자 대부분은 하루 세 끼를 한 번도 거르지 않는 규칙적인 식습관을 갖고 있었지만 탈모의 중증도와는 관련이 없었다. 아울러 대부분 환자들은 하루 7시간 미만으로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과반수를 넘었지만 탈모의 중증도와 특별한 관련성을 찾을 수 없었다.
◆탈모는 의학적 치료로만 해결 가능
탈모치료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효과가 공인된 약은 먹는 약 피나스테리드, 바르는 약 미녹시딜이 있으며, 국내에서 추가로 승인받은 약물 두타스테리드가 있다. 이 밖에 남성형 탈모증의 치료 효과가 공인된 약물은 없다. 탈모치료제만이 아니라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복용하는 양이 아주 적어 부작용 발생은 드물다. 드물게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약물의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체내에서 배출되고, 약물 중단 후에는 부작용도 사라진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작용을 염려해 치료를 중단하는 것보다 치료를 계속할 때 이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치료는 초기 단계인 20, 30대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본인의 탈모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엔 바르거나 먹는 약, 모낭 주위주사 등으로 효과를 볼 수 있고, 심하면 모발이식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판되는 샴푸 중 치료 효과가 약물처럼 효과적인 제품은 없다. 탈모예방 기능이 있다는 샴푸도 두피 청결이나 모발 영양공급 정도라고 식약청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루피부염 등이 심한 경우는 약용 샴푸가 도움을 줄 수 있다. 모낭이 완전히 퇴화되지 않았다면 전문가 진단과 치료를 통해 아주 가는 모발이라도 굵어지고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다. 다만 꾸준히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 3개월이 지나야 스스로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주위에서 달라진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대한탈모치료학회 민복기 이사는 "상태가 호전된 뒤 치료를 갑자기 중단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며 "안정된 뒤에도 치료를 중단하기보다 상담 후 약 복용과 치료 횟수를 줄이는 유지 요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움말=대한탈모치료학회 민복기 이사
(올포스킨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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