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지체와 정체

여름휴가가 절정이다. 근래에는 혼잡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의 휴가를 피한다고 하지만 피서지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많은 차량이 움직이다 보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짜증 나기도 하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를 피하려면 아예 휴가를 가지 말아야 하지만 지친 심신의 활력을 위해서는 떠나는 게 좋을 듯하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모두가 잔뜩 움츠려 있지만 이럴수록 여름휴가는 재충전을 위해 즐겨야 한다.

'지체'(遲滯)는 때를 늦추거나 질질 끎, 법률적으로 의무 이행을 정당한 이유 없이 지연하는 일을 말하며 "잠시도 지체 말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시오." "증서를 우체국으로 가지고 가자 지체 없이 일금 오천 원을 지불해 주는 것이었다."로 쓰인다. '정체'(停滯)는 사물이 발전하거나 나아가지 못하고 한자리에 머물러 그침을 뜻하며 "경제의 정체로 불황이 지속된다." "주말이면 이 도로는 교외로 나들이 가는 차량으로 극심한 정체를 이룬다."로 활용한다.

'지체'와 '정체'와 같이 '혼동'과 '혼돈'을 구별해 보자.

'혼동'은 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서 생각함, 서로 뒤섞이어 하나가 됨을 뜻한다. "잠이 다 깨지 않았는지 그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혼동을 일으켰다." "그의 작품은 모두 비슷해서 어떤 경우에는 작품명을 혼동할 때도 있었다."로 쓰인다. '혼돈'은 마구 뒤섞여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하며 "외래문화의 무분별한 수입은 가치관의 혼돈을 초래하였다." "그 나라는 극심한 정치적 혼돈으로 국민 복지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로 활용한다. '혼돈'은 어지럽다, '혼동'은 헷갈리다의 뜻이다.

휴가지에서 음식점에 들러 그 지역의 별미 음식을 사서 먹을 수도 있겠지만 야영을 하면서 가족이 함께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다 보면 정(情)도 새록새록 날 수 있어 좋다.

"크게 무너져 보아야 큰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물론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작은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상에서 큰 변화 없이 생활하는 사람은 큰 깨달음을 얻기 힘이 든다. 의심도 이와 비슷하다. 크게 의심하면 크게 깨닫는다고 한다. 큰 의심을 거치지 않은 믿음은 비바람이 불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의심은 믿음으로 건너가는 다리이다. 그 다리를 건널 때 믿음은 더욱 공고해진다.

런던올림픽이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경기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할, 누구보다 믿음을 줘야 할 심판이 우리 선수가 출전한 수영 유도 펜싱 등에서 연이은 오심으로 국민을 화나게 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주요 경기가 새벽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일부러 휴가를 내 응원하는 이에게는 짜증 올림픽에 다름 아니다. 심판부터 스포츠 정신을 다시 가슴에 새겨야겠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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