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20분의 혈투·승부차기…'어게인 2002' 감동 그대로

홍명보號 "더 높은 곳으로…"

'와 이겼다.' 휴일인 5일 아침, 전국 방방곡곡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올림픽 도전 64년 만에 사상 첫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은 5일 오전 3시 30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8강전에서 홈그라운드의 영국과 연장 120분 동안 접전을 벌인 끝에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대4로 승리했다.

이날 승부차기는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대회 4강 진출을 확정지은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의 판박이였다. 한'일 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을 5대3으로 따돌리고 사상 첫 4강 진출의 신화를 만든 것처럼 이날 영국을 승부차기로 제압하고 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출의 숙원을 푼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당시 4대3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4강 진출을 확정짓는 5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전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영국의 선축으로 시작된 이날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구자철을 시작으로 백성동, 황석호, 박종우 등 4명이 차례로 골을 넣었다. 후반 정성룡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골키퍼 이범영은 영국의 4번 키커까지 골을 내줬지만 5번 키커인 대니얼 스터리지의 슈팅을 왼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내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골대 왼쪽으로 강하게 차 넣어 4강 진출을 확정하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

이날 태극전사들은 7만여 관중들의 성원을 한 몸에 받은 영국 선수들을 상대로 120분 연장 혈투를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버텨냈다. 수비에 안정을 두고 역습을 노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홍명보 감독은 포백 라인을 미드필드 중앙까지 끌어올리며 초반부터 영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전술로 맞불을 놓았다. 이전 조별리그에서와 달리 한국은 정교한 패스 플레이와 돌파를 과시하며 골을 노렸고, 영국은 경기 내내 당혹한 모습을 보이며 허둥거렸다. 영국은 특히 수시로 패스 미스를 하는 등 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오히려 한국에 끌려 다녔다. 공 점유율에서 영국은 58%대42%로 앞섰으나 한국은 슈팅수에서 16대12, 코너킥 수에서 7대2로 앞서며 경기를 지배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선덜랜드)을 왼쪽 날개로 선발 기용한 전략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지동원은 선발 기용에 보답하듯 후반 29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우리 진영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볼을 기성용이 원터치 패스로 내주자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볼을 잡은 뒤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영국의 골 망을 흔들었다. 힘차게 날아간 공이 영국의 골키퍼 잭 버틀런드의 손끝에 맞았지만 강한 위력 때문에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영국은 실점 후 7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오재석의 핸드볼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전반 36분 에런 램지가 침착하게 차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전반 40분에도 스터리지가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돌파하는 순간 황석호가 다리를 걸어 두 번째 페널티킥을 내줬다. 한국은 역전의 위기에 몰렸으나 골키퍼 정성룡이 램지의 두 번째 페널티킥 시도를 몸을 날려 막아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 한 골씩 주고받은 한국은 후반 9분 상대의 프리킥을 막으려던 정성룡이 영국의 리처즈 마이커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어깨 부위를 다쳐 이범영과 교체되면서 우려를 낳았으나 마지막 순간 이범영의 선방으로 4강에 올랐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