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일반계고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전국 창의력 챔피언 자리에 올라 화제다.
성산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폭풍전야' 팀은 지난달 26일부터 2박 3일 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특허청과 삼성전자가 주최한 '2012 대한민국 학생 창의력 챔피언 대회'에 참가, 고등부 부문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수상은 영재고, 과학고 등 우수한 인재가 몰리는 특목고들을 제치고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폭풍전야' 팀원은 박정은'서영은'이나영 양과 이지훈'윤동빈'지시온'황인규 군 등 7명. 이들은 김은숙 교사의 권유로 대회에 참가했다. 김 교사는 진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비교과 활동일 뿐더러 협동과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된다는 생각에 학생들을 하나하나 설득, '폭풍전야' 팀을 구성했다.
김 교사는 "뚜렷한 목표와 열정을 갖고 있지 못한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 도전의식을 불어넣어 주고 싶어 대회 참가를 권유했다"며 "뛰어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대회에 출전하는 까닭에 참가에 의의를 뒀는데 이처럼 큰 상을 받은 아이들이 대견하다"고 했다.
대회에서 '폭풍전야' 팀이 푼 첫 번째 과제의 주제는 '인간과 사회'.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을 찾은 뒤 구성원들의 선택으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나비효과를 상상, 이야기를 꾸며 공연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들이 선택한 아름다움은 '열정'. 면접 서류를 클립으로 끼우지 않아 면접에서 퇴출된 '강열정' 씨가 클립에 대한 집착이 생기고, 클립의 재료인 철을 모두 자기 소유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철을 찾기 위해 땅을 파 들어가다 외핵을 건드려 지구가 멸망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또 다른 과제인 3시간 안에 수륙 자동 변속 물체 만들기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학생들은 3월부터 대회 전까지 힘을 모아 사전에 주어진 과제들을 연구했다. 학업과 병행해야 했기에 시간을 쪼개 활동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땀을 쏟은 만큼 다디단 결실을 거뒀다.
운동 물체 제작을 맡았던 황인규 군은 "수십 번 실패를 거듭했지만 팀원들이 저를 믿고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팀장인 이나영 양은 "개성이 뚜렷한 친구들 사이에 갈등도 많았지만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협력과 배려를 배웠고 팀워크도 더욱 단단해졌다"며 "너무 잘 해준 팀원들이 자랑스럽고 제가 그 속에 함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폭풍전야' 팀은 대회에서 받은 상금 중 일부를 불우이웃에 기부하기로 해 창의력과 인성을 갖춘 학생들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 대회 준비 과정을 지켜봤던 성산고 박희보 교장은 "목표를 가지고 열정을 다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며 "이러한 열정이야말로 창의성의 근본"이라고 했다.
한편 덕화중학교 손경현'박준찬 군과 대구 동부교육지원청 발명영재교육원 출신 학생들로 구성된 '사이비'(Psy-B) 팀은 이번 대회에서 중등부 금상을 받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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