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20'한체대)은 역시 '도마의 신(神)'이었다. 양학선은 잠 못 들며 응원하던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국 체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한국에 선사했다.
한국 체조가 올림픽 무대를 밟은 1960년 로마올림픽 이후 52년 만에 획득한 첫 금메달이었다. 한국 체조가 올림픽에서 거둬들인 메달은 은메달과 동메달 각 4개로, 매번 금메달 문턱에서 주저앉아야 했다.
양학선은 7일 오전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도마에서 1, 2차 시기 평균 16.533점을 획득, 2위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16.399점)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체조의 새 역사를 열었다.
그러나 사실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착지'라는 변수가 메달 색깔을 결정하는데다 이미 두 차례나 올림픽 도마에서 금메달 직전까지 갔다가 놓친 아픈 기억이 있는 터여서 더욱 긴장했다. 그러나 양학선이 '양학선' 기술로 1차 시기를 마치자 우승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날 출전자 8명 중 마지막 주자로 나선 양학선은 1차 시기에서 종목 최고 난도인 7.4점짜리 기술 '양학선'을 시도, 착지 때 두 발자국을 움직였지만 최고 점수인 16.466점을 받고 금메달을 예감했다. 그리고 2차 시기에서 난도 7.0점짜리 '스카라 트리플'(양손으로 도마를 옆으로 짚고 세 바퀴를 도는 기술)을 펼쳐 완벽한 마무리로 마침내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1차보다 높은 16.600점.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당시 16.56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양학선은 이 종목에서 16.500점대 이상을 받을 만한 사실상 유일한 선수라는 사실을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입증했다.
예선 성적 2위로 결선에 오른 양학선은 예선 1위를 차지한 아블랴진을 의식,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아블랴진은 1차 시기에서 난도 7.0점짜리 연기를 펼친 뒤 완벽하게 착지해 16.40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뒤 2차 시기에서는 난도를 높여 7.2점짜리 연기를 택해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16.233점을 획득, 단숨에 1위로 도약했다.
이에 양학선은 비장의 무기인 '양학선'을 빼들었다. 이는 이 종목 최고 난도인 7.4점짜리 기술로 도마를 양손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돌고 착지하는 양학선만의 독보적인 기술이다. 실패의 위험도 있었으나 고난도 기술로 상대를 확실하게 제압하겠다는 초강수였다.
2차 시기까지 마친 양학선은 점수가 발표되기 전 우승을 예감한 뒤 태극기로 몸을 감싸고 한국 응원단과 관중석을 향해 승리의 세레모니를 펼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양학선은 "결선에서 가장 마지막에 출전했기 때문에 앞서 연기에 나선 경쟁자의 점수가 16.266점 이하면 난도 7.0점짜리 '여2'를 쓰고, 그 이상이면 '양학선'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며 "2차 시기에서 완벽하게 착지하면서 금메달을 예감했다. 1차 시기에서 두 발을 움직이는 바람에 '큰일났다'고 생각했으나 두 번째 연기에서는 완벽하게 착지해 실수를 만회했다. 내 몸이 깃털처럼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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