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8시. 대구 달서구에 있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순수예술 빔프로젝터식 미디어 파사드 전시가 시작돼 15일까지 볼거리를 제공한다. 건물의 전면이란 뜻의 프랑스어 '파사드'에 '미디어'가 접목된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관에 다채로운 영상물을 프로젝션해서 야간 도시경관에 활력을 주는 장치이다. 건축'조명(빛)'예술에 첨단 테크놀로지가 접목됨으로써 탄생한 미디어 파사드는 21세기 문화'예술 및 광고, 기업 마케팅의 핫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창조적 다이너미즘과 문화'예술의 도시로 이름을 날리는 지구촌 여러 대도시 큰 건물 전면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운용된다. 고정식으로 LED를 건물 외벽에 부착하는 방식과, 빔프로젝터로 빛을 투사하는 방식이 있는데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어느 쪽이 우수하다고 하기는 곤란하다.
2001년 베를린 알렉산더광장에 위치한 건물에 설치된 프로젝터 '블링켄라이트'(Blinkenlights)는 인터액티브 아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관객들이 휴대폰으로 번호를 누르는 순간 공이 톡톡 튀면서 건물 전면이 거대한 '퐁'(pong) 게임장으로 변모한다. 건축과 장소성이 돋보이는 미디어 파사드의 예로는 2012년 '로기에 타워'(Rogier Tower)로 개명된 브뤼셀의 덱시아 은행 건물을 들 수 있다. 은행의 명성만큼 위용이 넘치는 세련된 수직의 모뉴먼트는 밤이 되면 건물 외벽 전면에 설치된 LED에 의해 휘황찬란한 빛의 향연의 장이 된다.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서울스퀘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디어 파사드를 시작한 경우인데,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선생을 비롯하여 국내외 작가들의 영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외 서울과 대도시의 고층빌딩 외벽에 미디어 파사드 설치가 유행처럼 번져갈 조짐이다.
대구에서도 현대백화점, 범어로타리 부근의 LIG빌딩 등에 LED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돼 있으나 아직 시민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세계육상선수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구시가 야간 경관조명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인 결과물로 이곳저곳에서 주로 기업광고나 마케팅 차원의 미디어 파사드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번쩍번쩍 움직이며 빛을 발하기만 하는 미디어 파사드가 자칫 도심 야간 경관을 천박하게 만들 우려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한편, 잘만 이용하면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 아트를 위한 대형 화면이 되어 영상, 사운드뿐 아니라 관객들의 직접적인 참여에 의해 작품이 완성되는 인터액티브 아트의 체험 마당이 될 수 있다. 이는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즐기게 만드는 동시에 진정한 소통과 화합의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에 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하는 미디어 파사드는 이후 인근 성당못 옆 수경지에 지어질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이우환과 친구들' 미술관과 함께 어우러져 전국은 물론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명소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운영되는 미디어 파사드 하나가 광역시 대구의 이미지가 되어 도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며 많은 시민들이 잠못 이루는 더운 한여름 밤을 빛의 향연을 즐기며 보내시기를 바란다.
김원구/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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