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준다?"
세계적 기량을 갖추고도 올림픽에서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부상 때문에, 컨디션 난조로, 그렇게 별러왔던 무대서 고개를 떨구는 선수들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올림픽 징크스'에 빠진 선수들. 그들의 불운은 보는 이들에게마저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불운의 사나이 왕기춘
억세게 올림픽 금메달 운이 없기로는 왕기춘이 으뜸이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이지만 올림픽에선 늘 부상 때문에 금메달을 만저보지 못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8강전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왕기춘은 그 몸으로 결승전에 임했지만 13초 만에 패하며 불운이 시작됐다. 그리고 4년 후 이번 런던올림픽에선 리나트 이브라기모프(카자흐스탄)와의 32강전에서 암바 공격을 당하며 오른팔 인대에 부상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준결승에선 왼팔까지 다쳤다. 준결승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차례로 무너진 왕기춘의 설욕의 4년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마지막 한발에 운 에몬스(사진 오른쪽)
사격의 매튜 에몬스(미국)는 '마지막 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한 선수로 기록됐다. 7일 영국 런던 울위치 왕립포병대 기지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50m 소총 3자세 결선에서 에몬스는 10발 중 9번째 사격이 끝났을 때 은메달을 거머쥐는 듯 했지만 마지막 한 발이 7.6점에 그치며 김종현에게 밀려 동메달에 머물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1위를 달리던 중 10번째 발을 옆 선수 표적에 명중시키는 어이없는 실수로 최하위로 추락했던 에몬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9번째 발까지 선두였지만 마지막 발이 4.4점이 되는 바람에 4위로 떨어졌었다.
◆만년 2인자 왕하오
중국의 탁구 간판 스타인 왕하오 역시 올림픽에선 영원한 2인자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 세 번째 도전이었던 3일(한국시간) 탁구 남자단식 결승에서 팀 동료 장지커에 1대4로 패하며 '은메달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세 번의 올림픽 결승전. 그는 그 벽을 넘지 못하며 세 차례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출전이었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단식 결승에서는 6전 전승을 거둔 유승민을 만나 금메달이 유력해보였으나 2대4로 지면서 은메달 악령에 빠졌다. 4년을 절치부심한 끝에 오른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이번에는 팀 동료 마린에 1대4로 져 분루를 삼켰다.
◆숙적에 걸린 남현희
펜싱 플뢰레 남현희도 끝내 베잘리(이탈리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4년 전 여자 플뢰레 결승에서 근소한 리드를 지키던 남현희는 종료 4초 전 뼈아픈 역전을 허용하며 베잘리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다. 그리고 4년여 뒤 재대결이 성사된 3, 4위 결정전. 이번에도 남현희는 베잘리에게 마지막 1초를 버티지 못해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연장에서 역전당해 동메달을 베잘리에게 넘겨줬다. 남현희 앞엔 베잘리가 있었고 그 벽은 너무 높았다. 남현희에겐 너무나 얄궂은 운명이었다.
◆올림픽 퍼즐 못끼운 페데르
세계 랭킹 1위 페데르(스위스)에게도 올림픽 금메달은 요원한 꿈처럼 남게 됐다. 페데르는 5일 열린 남자테니스 단식 결승에서 앤디 머레이(세계 랭킹 4위'영국)에게 패하며 올림픽 정상에 또다시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결승에서 3대1로 제압했지만 올림픽 무대서는 그렇지 못했다. 메이저 최다승(17승), 최장기록 1위(287주) 등 테니스 기록을 전부 갈아치우고 있는 페데르는 이날 패배로 '골든 커리어슬램'을 달성할 기회를 놓쳤다. 골든 커리어슬램이란 4개 메이저대회 우승과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것으로, 남자선수 가운데는 앤드리 애거시(미국)와 라파엘 나달(스페인)뿐이다. 페데르는 2000년 시드니대회 때부터 이어온 4번째 도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땄단 사실에 만족해야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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