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열대야가 가장 심한 대구. 대구 사람들은 요즘 '잠 못 드는 밤'에 시달리고 있다.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본격적인 도심 탈출 현상이 시작됐다. 휴가는 물론 주말 등을 이용해 캠핑 장비를 챙겨 훌쩍 떠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팔공산 가산산성 야영장에는 오색찬란한 텐트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잠 못 드는 밤, 도심 탈출
많은 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해 집을 나서고 있다. 깊은 산과 계곡에는 텐트족들이 즐비하다.
팔공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권경수 소장은 "여기는 대구 도심보다 평균 기온이 3, 4℃ 정도 낮고 경치 좋고, 공기 맑고, 시원한 대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대구경북 주민의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매년 이맘때 북새통을 이루던 동화지구와 파계지구 야영장이 올해는 시설교체 공사 중이라 캠핑족들이 모두 가산산성 야영장으로 몰리고 있다. 동화지구와 파계지구 야영장은 이달 중순 이후에나 개장할 계획이다.
◆가산산성 야영장 풍경
팔공산 가산산성 야영장(경북 칠곡군 동명면 한티로 1034)은 캠핑 인파로 북적인다. 요즘이 최대 성수기다. 지난달 9천800여 명이 야영장을 찾았다. 휴가철인 이번 달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개인야영지, 단체야영지, 가족야영지 등 8천800㎡ 규모의 야영지가 넘쳐난다. 금요일 오후쯤이면 이미 텐트 칠 자리가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권경수 소장은 "다음 달부터는 사전 예약제로 전환하여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가산산성 야영장에 2박 3일간 캠핑 온 홍성완(38·회사원·대구 북구 서변동 )·임영옥(38) 씨 가족은 시원한 숲 속에서 꿀맛 같은 휴가를 즐기고 있다. 홍 씨는 "늘 직장생활에 매달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는데 캠핑을 시작하고부터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 진한 가족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아들 어진(13·성북초교 6년) 군은 "오늘은 낮에 계곡에 가서 동생들과 함께 물놀이도 하고 아빠와 함께 야구도 해서 정말 좋았다"고 말한다. 부인 임 씨는 "아이들이 평소 아빠와 함께 놀 기회가 별로 없는데 캠핑을 오니 숲 속에서 즐겁게 놀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산을 찾아온 윤창호(65·칠곡군 동명면 구덕리) 씨도 "사업차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가 오랜만에 고향에 왔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팔공산을 찾았다"며 "도심보다 시원해 저녁엔 동창들을 불러 술 한잔하면서 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자연을 집 삼아 꿈같은 시간 그맛 알게되면 누구나 푹 빠져
◆4박5일 터잡은 캠핑 마니아 황승진 씨
"온 산이 나의 정원이고, 넓은 하늘은 지붕이지요. 자연을 벗 삼아 온 가족이 집을 나서 함께 지내면 가족사랑의 중요성이 느껴집니다."
대구시 북구 태전동 황승진(39·물류업) 씨는 캠핑 마니아다. 주말과 공휴일 등 틈만 나면 캠핑 장비를 챙겨 집을 나선다. 지난주에는 부모님과 가족이 함께 4박 5일 동안 팔공산 가산산성 야영장에 둥지를 틀었다. 황 씨는 5년 전 고가의 캠핑 장비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캠핑 마니아 대열에 참여했다. 승용차에 연결하는 캠핑전용 트레일러까지 마련, 평소 캠핑 장비를 실어두고 있다.
"언제나 맘만 먹으면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캠핑 마니아들의 특징이지요." 전국 어디든지 멋진 오토캠핑장이 있다면 찾아 나선다.
황일만(63'대구시 북구 태전동 남양아파트)·한태주(63) 씨 부부도 아들 덕분에 캠핑 재미에 맛을 들였다. 황 씨는 "처음엔 귀찮아서 따라 나서기 싫었지만, 아들이 틈만 나면 먹을 것을 담은 아이스박스와 간단한 옷 몇 가지만 챙겨서 무조건 떠나자고 권유해서 요즘은 잘 따라다닌다"며 "산속에 큰 텐트를 치고 있으면 아파트를 이곳으로 옮겨 놓은 듯이 편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고 운동도 하면서 건강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모친 한 씨도 "멀리 갈 것 없이 팔공산이 좋다"며 "대구는 덥지만 여기는 새벽이 되면 오히려 춥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는 새벽에 일어나 인근 산길을 걸으며 건강을 다지기도 한다. 때론 동네 친구들에게 연락해 자랑도 하고 불러서 함께 즐기기도 한다.
황승진 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캠핑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됐다"며 "하지만 공동생활을 하면서 이웃에게 폐해를 끼치지 않는 진정한 캠핑문화의 정착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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