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후버 세이블이 9월 23일까지 우손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대구를 찾았다.
후버 세이블은 신표현주의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뉴 제너레이션 작가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오스트리아 현대 회화의 대표 작가로 주목받으며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인전을 갖는 것은 처음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작업하는 그에게 온통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연결된 대한민국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다른 세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몸과 손이 움직여서 하는 예술'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예술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7일, 우손갤러리를 찾은 후버 세이블의 작품은 독특하다. 캔버스 위에 여러 겹의 물감을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시킨다. 여러 겹 물감이 쌓인 층 위를 순간적으로 나이프로 긁어낸다. 그 한순간은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된다. 그의 작품에서 이처럼 '행위'와 '제스처'가 중요한 요소다.
"결정적 행위가 일어나는 한순간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렇게 그는 겹겹이 쌓여 있는 캔버스의 실체를 일순간에 벗겨내 일부를 보여준다. 두터운 바탕 화면 속에 숨어 있던 세계를 표면을 통해 보여주는 식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이것이 중요한 메타포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피부만 볼 뿐, 몸 속 장기들을 볼 수는 없어요. 하늘만 보이고 그 뒤 아득한 우주는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저는 작품에 표면을 만들어, 그 안의 숨겨진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의 행위는 종종 잭슨 폴록의 그것과 비교되곤 한다. 그는 '같은 행위로 보이지만, 굉장히 다른 의미의 행위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복잡미묘한 존재이며, 눈에 보이는 건 한 부분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잭슨 폴록의 행위예술을 계승한 부분도 있지만 그와는 차별화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메시지를 회화뿐만 아니라 비디오, 사진, 조각 등 여러 장르로 표현한다.
음악과 문학의 나라, 오스트리아 출신답게 그는 직접 재즈를 연주한다. 그래서 그는 종종 음악에 미술을 빗대어 말하기를 즐겼다.
"제 작업실에는 피아노, 전자드럼과 같은 악기들을 갖춰놓고 있어요. 재즈 연주를 많이 하죠. 음악은 한순간을 잡아놓을 수 없는 예술인 반면 그림은 한순간을 화면에 잡아놓은 장면이에요. 돌이킬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이 순간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매력적이죠."
문학도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다. 그는 종종 영화 제목이나 영화 대사를 작품 제목으로 붙이곤 한다. 추상적인 작품이지만 그 제목을 통해 관객과 소통을 꾀하기도 한다.
그는 작품에서 결국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점점 잔혹하게 변해가는 세상에 대해 작가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예술을 통해 인간으로서 섬세함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싶어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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