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나경원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조직위원장

"내년 대회까진 스페셜올림픽만 생각…" 정치인 나경원의 특별한 행보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단을 밤새워가면서 응원하는데 스페셜올림픽은 그런 치열한 승부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어요. 내년에 평창에서 열릴 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시면 스페셜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이나 비장애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경원(49) 전 국회의원은 '2013년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조직위원장'이란 낯선 명함을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박원순 후보와 맞붙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중반전을 넘어서고 있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전에서 그녀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정치에서 그런 가정을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그녀는 정치 무대에 서는 대신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홍보에 전념하고 있었다. '스페셜올림픽'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스페셜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동시에 열리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과도 구분된다. 전 세계 지적발달장애인들의 국제적인 스포츠 제전이 바로 스페셜올림픽이다. 미국의 케네디 전 대통령의 누이인 케네디 슈라이버 여사가 1962년 지적발달장애아들을 위한 일일캠프를 개최한 데서 비롯됐고 1968년 미국 시카고에서 제1회 스페셜올림픽 국제대회가 열렸다. 2013년 평창 세계대회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첫 스페셜올림픽 국제대회다. 동북아 3개국 중에서 일본과 중국에서는 이미 한 차례씩 개최됐다. 나 위원장은 2010년 우리나라가 이 대회를 유치하는 데 힘을 보탰고 직접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그때는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고 이것(조직위원장)만 하니까 2013년 평창 스페셜올림픽 대회를 알리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녀가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지적발달장애인 문제에 집중하게 된 것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19)을 가진 부모로서 남들보다 장애인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장애인 관련 입법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공청회를 열었다.

스페셜올림픽 국제대회 유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국회의원 시절부터였다. 2009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린 동계스페셜 국제대회에 간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선수단이 국내의 관심과 지원을 거의 못 받은 때문인지 선수단복조차 필리핀 선수단에 뒤처진 것을 보고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라는 국격에도 어울리지 않아 스페셜올림픽 유치를 통해 지적발달장애인에 대한 획기적인 관심과 지원을 제고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또 장애인 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대회 등 어떤 계기가 있어야 온 국민의 합의가 이끌어질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내년 1월 대회를 앞두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 같은 일이고 참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사실 서울올림픽 개최 전과 개최 후, 우리 사회의 사회적 인식과 의식 수준이 크게 바뀐 것을 감안한다면 나 위원장의 그 같은 인식은 설득력이 있다.

나 위원장은 지적발달장애인들의 국제스포츠행사가 '스페셜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라는 차별적인 용어를 쓰는 것에 비해 외국에서는 장애인을 '매우 특별한'(very special) 사람으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하고 "'스페셜올림픽'은 엘리트 스포츠를 추구하는 올림픽과 패럴림픽과 달리 신체능력과 상관없이 모든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모든 참가자들에게 우승의 기회를 제공하는 도전의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나 위원장은 특히 "이번 스페셜올림픽 대회는 단순히 지적발달장애인만의 대회는 아니다"며 "지적발달장애인, 나아가서 장애인 전체,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셜올림픽 개최 후 그녀가 기대하는 우리 사회는 'look twice'에서 'look once'로 바뀌어지는 것이다. 장애인이 지나가면 비장애인과 다르다며 두 번 쳐다보곤 하는 사회에서, 그들을 우리와 똑같은 사회구성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두 번 쳐다볼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 look once다. 장애인들에게 시혜를 베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고용하고 그들이 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고, 그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슬랜드가 스페셜올림픽 대회 개최 후 지적발달장애인에 대한 예산이 100배 늘어났다는 말처럼 그녀 역시 우리 사회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했다.

현역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중진 정치인이 조직위원장을 맡는 것이 대회 홍보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했다.

원래는 조직위원장에 자신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명망가를 모시려고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게 되면서 자신이 직접 맡게 된 상황을 설명한 후 나 위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서 떨어지고 올 4월 총선에도 나가지 않으면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조직위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외부에서도 현역 정치인이 아니라서 돕겠다고 나서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나 위원장은 이번 대회 준비와 더불어 지적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과 함께 '발달장애 지원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지적발달장애인에 대해 따로 지원하는 것이 없어, 교육과 고용 복지 등 지원해야 할 것이 많은 부분에 걸쳐 있다. 해야 할 일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나 위원장은 내년 대회에 북한 선수단 참가를 위해서도 북측과 접촉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런던올림픽이 끝난 직후 열리는 패럴림픽에 처음으로 선수단을 파견한다는 소식도 북측 선수단의 스페셜올림픽 참가의 청신호다.

"북한이 (패럴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는 것은 장애인 문제에 한 걸음 진전했다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지만 이런 문제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인터뷰 전에는 스페셜올림픽 얘기 외에 연말 대선이나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과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화제에 올리자 피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경선 룰이 확정되고 난 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원래 오픈프라이머리 지지자였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서 난리가 났다고 소개하면서 "친박들은 별거 다 읽고 잔소리들 하더라"며 친박계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도 않았다.

그녀는 지난 총선 때 당 공천심사위가 자신의 공천을 거듭 미루면서 압박하자 '자존심이 상해서' 스스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비추기도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았다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자 그녀는 "(나가라고) 떠미는 사람이 좀 있었을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가 (대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대선 무대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은 전혀 없다"며 "정치인으로 10여 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의 시각에서 걱정이 많다. 잘돼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 묻자 "평소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다"고 전제하고 "정치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 따른 반작용"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적으로 올해 G20 국가의 절반에서 대선이 있는데 여야가 교체되는 형국이다. 너무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것에 대해 기대를 걸어보는 현상"이라고도 말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자신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을 때 최초의 여성 시장이라는 점이 오히려 부담이 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박 후보가 여성 정치인이지만 여성 정치인으로 생각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이 선거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장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부터 인종차별의 벽과 성차별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 깨질 것이냐 흥미롭게 봤는데 결국 인종차별이 먼저 깨진 점을 인용하면서 미국에서조차 여성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 완전하게 깨지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 국제대회는 내년 1월 19일부터 2월 5일까지 강원도 평창과 강릉 등지에서 전세계 110여 개국에서 1만4천9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대회로 열릴 예정이다. 정치인 나경원의 행보는 그때까지 스페셜올림픽에 집중돼 있다.

"그 이후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할 일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할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스페셜올림픽만 생각하고 있다."

내년 대회에 앞서 16~19일까지 3박 4일간 '아름다운 도전'을 내건 제9회 한국 스페셜올림픽 전국 하계대회가 경북 경산의 경산체육공원과 영남대, 영천실내체육관 등지에서 열린다. 이곳에서도 나 위원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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