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올 2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배모(49) 씨가 항소심 재판에서 "무고를 밝히기 위해서라면 해례본 소재를 공개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선 기증할 수도 있다"고 밝혀 훈민정음 해례본 공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진만) 심리로 열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관련 결심 공판에서 "절도 혐의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해례본의 소재를 밝히고 국민과 후손을 위해 국가에 기증할 생각은 없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배 씨는 "상황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배 씨는 이날 피의자 최후 진술을 통해서도 "재판의 요지가 '훔쳤나, 훔치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공개'기증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옮겨간 것 같아 유감"이라며 "절도죄의 유'무죄 판단을 위해서라면 공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여럿이 짜고 훔쳤다고 조작한 것이나 기타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공개할 수 있고, 무고가 철저히 밝혀지면 기증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4년 동안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체면이 상했고 고생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또 "학술적으로도 조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기증할 의사는 있지만 지금으로선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아무한테나 맡길 수 없는 만큼 함부로 약속을 하지는 못하겠다"며 "팔 생각도 없고 팔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이를 계속 가지고 있기도 힘들다. 우선 국가에 위탁해 놓고 결과를 보고 기증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과 관련, 검찰은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훈민정음 해례본의 소재를 놓고 피의자가 '거래'를 하겠다는 의도를 보여 불쾌하기까지 하다.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30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골동품업자 조모(67) 씨는 배 씨가 자신의 해례본을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 대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았지만 배 씨는 절도 사실을 부인하며 해례본 상주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 씨는 실물 없이 해례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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