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처음으로 태극기를 앞세워 참가했던 런던올림픽. 64년이 지난 뒤 스포츠강국으로 발돋움한 태극전사들이 런던을 다시 찾아 한국 땅에서 목숨을 바쳐가며 평화를 지켜낸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그들이 없었다면 런던을 다시 밟을 수 없을지도 몰랐기에, 태극전사들은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9일 밤 기보배, 양학선, 김현우, 박태환, 이용대 등 메달리스트 22명은 영국 런던 시내의 세인트 폴 대성당을 찾아 지하에 마련된 영국군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물에 헌화했다. 영국은 한국전쟁 당시 육군 2개 여단, 해군함정 9척, 공군 1개 비행단 등 총 5만6천 명의 병력을 파견해 1천78명이 전사하고 2천674명이 다쳤다. 이는 당시 한국을 지원했던 UN 21개국 중 미국 다음으로 많은 참전자와 사상자 숫자다.
한국 선수단이 올림픽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참배에 나선 것은 2004년 아테네대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 메달리스트들의 참배 소식에 한국전쟁 당시 전투가 참가했던 영국인 참전용사 6명은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세인트 폴 성당 앞에 나와 태극전사들을 기다렸다. 테디 아드킨스 씨는 "당시 기억은 끔찍했다. 모든 게 다 파괴됐고, 아이들은 부모와 헤어졌다. 그러나 6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대단한 나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또 "젊음을 바쳤던 나라 한국에서 온 선수들이 선전을 다하는 모습에 감격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 비치되어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패는 1999년 한국전 참전 용사회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참전 영국군에 대한 추모의 글, 유엔기와 태극기, 영국군 각 부대 상징마크가 새겨져 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이기흥 선수단장, 추규호 주영 한국대사 등도 함께 참석했고, 백발이 성성한 참전용사들은 60여 년 전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한국의 선수들이 세상을 먼저 떠난 자신의 동료를 참배하기 위해 세인트 폴 대성당을 찾아 준 것에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한편 세인트 폴 성당 앞은 태극전사들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관광객들이 몰려 한동안 북적였다. 한국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용대, 박태환 등 꽃미남 스타들과의 사진촬영에 바빴고, 유럽 등지의 관광객들도 태극전사들과의 만남을 즐겼다. 네덜란드에서 온 한 관광객은 "한국이 런던에서 대단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조준호 선수는 유도장에서 봤는데 너무 아쉬웠다. 모두가 메달리스트라니 한국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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