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점심 식사는 매일 풀어야 하는 숙제다. 요즘같이 더울 때는 땡볕 아래 식당 찾아 헤매기도 귀찮고, 치솟는 외식 물가에 점심값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럴 때 도시락은 좋은 대안이다. 여럿이 함께하면 다양한 반찬도 맛볼 수 있고, 점심시간을 절약해 휴식을 취하거나 자기 계발을 할 수도 있다. 믿을 수 있는 집 반찬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1석 3조다.
◆도시락 싸는 직장인들
8일 낮 대구 중구 한 회사의 점심시간. 직원들이 도시락을 들고 휴게실로 모여들었다. 각자 싸온 서너 가지 반찬을 펼치니 금세 점심 한 상이 차려졌다. 각종 나물과 달걀부침, 풋고추에 된장까지 웬만한 식당이 부럽지 않을 정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함께 나눠 먹는 재미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직장인 이모(43'여) 씨는 "점심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반찬을 먹으니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식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맞벌이 부부 박모(36'여) 씨는 "사무실 주변 식당에 가면 점심값이 적어도 6천원 이상 드는데 한 달로 치면 점심값만 15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집에서 먹는 반찬을 싸오니 경제적 부담도 적고, 남는 반찬을 버리는 일도 없어 좋다"고 말했다.
◆시켜 먹는 도시락도 인기
도시락을 사먹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경비 절감과 점심시간 활용을 위해서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5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응답자의 절반인 49.9%가 '도시락 정기배달을 이용해봤다'고 응답했다. '현재 이용하고 있다'는 직장인도 23.1%나 됐다. 4명 중 1명이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는 셈이다. 점심도시락을 배달시켜 먹는 이유로 '식사하러 나가기 귀찮아서'(39.4%)가 가장 많았고, '점심 값을 줄이기 위해'(34.7%), '점심시간에 일하고 일찍 퇴근하기 위해'(25.5%), '다이어트를 위해'(20.8%) 등의 순이었다. 실제 점심식사를 사먹는 경우 한 끼 식사 가격은 평균 6천200원이지만, 도시락을 먹을 경우 4천700원으로 1천500원이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락은 주로 편의점이나 도시락 전문점을 이용한다. 도시락 전문점은 불고기, 제육볶음, 비빔밥 등 30여 가지의 메뉴에 가격이 4천~7천원으로 저렴한 것이 특징. 편의점도 3천원 안팎의 비용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식당의 절반 값인 셈이다. 대구 중구의 한 편의점 직원은 "입맛대로 도시락을 골라 편의점 안이나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며 "도시락 판매량도 예전보다 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도시락을 먹고 남는 시간은 자기 계발에 활용한다. 대구시내 모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조모(35) 씨는 "배달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남는 시간에는 영어 회화 강의를 듣거나 사무실 주변을 산책한다"고 말했다.
◆도시락, 맛있고 건강하게 먹으려면
도시락을 쌀 때는 더위에 상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가급적 차고 서늘한 곳에 음식물을 보관하고 채소나 과일류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야 한다. 조리하는 음식은 완전히 익혀야 한다. 김밥은 밥과 재료들을 식힌 다음 만들고, 밥과 반찬같이 온도 차가 있는 음식은 따로 담아야 한다. 간장 등에 조리거나 한 번 볶은 메뉴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맨밥보다는 간을 한 볶음밥이 오래간다. 흰밥을 쌀 때는 뜨거운 김을 어느 정도 식힌 후 뚜껑을 덮어 수증기나 온기 때문에 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반찬끼리 섞여서 변질되지 않도록 칸막이가 잘된 밀폐용기나 도시락통을 사용하는 것도 요령이다.
도시락은 집안에 있는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김치'멸치'달걀'감자'당근'연근과 같은 재료는 구하기 쉽고, 덮밥'볶음밥'쌈밥 등의 메뉴에 활용할 수 있다.
바쁜 출근시간에 싸기보다는 주말을 활용해 일주일 식단을 짜고 준비하는 게 좋다. 도시락용 밥은 주말에 1주일치를 준비해 한 끼 분량씩 나눠 냉동실에 보관한 뒤 먹을 때만 데우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반찬은 하루 전에 도시락 용기에 옮겨 담거나 반조리 상태로 준비해 둔다. 도시락 반찬의 맛을 최대한 보존하려면 뜨거운 반찬을 담을 땐 잠시 뚜껑을 열어두는 게 좋다. 도시락통 안의 반찬이 식으면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해 맛이 변하거나 상할 수 있다. 샐러드 야채와 소스는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고, 국물이 있는 음식은 보온병에 국물만 담고, 건더기는 다른 용기에 따로 담으면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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