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공천=금배지' 대구경북선 '유혹' 없었을까?

공천헌금 파동

'헌금'(獻金).

국어사전은 '돈을 바침, 또는 바친 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천헌금 파동으로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4'11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공천을 대가로 금품이 오간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총선 당시 파격적인 정치쇄신 약속에 힘입어 부활에 성공한 새누리당이 곤경에 빠졌다.

더욱이 공천헌금 파동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의 측근들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파장이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총선과정에서 뼈를 깎는 정치개혁을 약속하며 한 번만 더 새누리당을 지지해 달라고 읍소했던 박근혜 후보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공천헌금은 대선자금과 함께 한국정치 상황에선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기 어려운 사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자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현실'과 '이상'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현실적으로 정치현장에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자금 조성 과정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래서 현역 정치인들의 경우 대부분이 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선거를 마친 이후에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라는 푸념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공천헌금은 선거에서 공천 자체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할 때 더욱 기승을 부린다.

'치열한 본선'을 통과해야 하는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과정보다 국민들의 직접적인 심판을 받지 않는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공천헌금 잡음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환경이 개선되면서 예전처럼 '30당20낙'(선거자금으로 30억원을 사용하면 당선되고 20억원을 사용하면 낙선한다)과 같은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하려면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비례대표 공천대상자들에게 정당에서 일정한 '성의'를 요구하거나 비례대표 신청자가 먼저 나서서 '감사의 표시'를 약속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선거를 치르기 위해 이곳저곳 돈 쓸 곳이 많은 정당의 고충과 일정한 금액을 부담하더라도 국회의원이라는 명예를 가지고 싶은 재력가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후보 간 치열한 공방전을 피할 수 있어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모두 드러내야 하는 선거과정을 건너뛸 수 있는 장점까지 있다.

정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과 직능단체의 지원, 그리고 명망가가 필요하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제도는 그동안 우리 정당사에서 각 정당들이 이 세 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한국의 비례대표 공천 역사는 '돈 공천'의 역사라는 비아냥도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비례대표 공천뿐 아니라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결되는 패권지역에서의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도 공천헌금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현영희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공천헌금 파동이 불거지자 부산 지역에서 '공천헌금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며 지역구 공천을 받은 인사들 가운데도 공천헌금을 내놓은 이들이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27개 전 지역구를 석권한 대구경북지역으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역구도가 고착화 돼 있을 뿐 아니라 총선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정치적 고향이었기 때문에 총선 전부터 '공천=당선' 분위기가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무소속 강자들과 공천탈락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공천=당선' 구도가 성립되지 않았으며 대통령을 꿈꾸는 박근혜 후보가 국민들을 상대로 공천 개혁을 약속한 상황에서 '소탐대실'(小貪大失)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카더라'는 이야기는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를 제외하곤 알 수 없는 것"이라며 "공천헌금 파동이 무서운 이유는 '카더라'식의 근거 없는 이야기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활개를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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