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역사 쓴 태극전사 90분…강한 압박 중원 틀어막았다

박주영 번개 드리블로 선제골…막판엔 못뛴 선수 병역 배려도

정신력뿐만 아니었다. 체력(힘)과 기술, 전술 등 모든 면에서 일본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투혼이 빛난 경기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11일 오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 4위전에서 일본을 2대0으로 일축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반 38분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 박주영이 결승골을 터뜨렸고, 후반 12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쐐기골로 만세를 불렀다.

한국은 박주영을 최전방에, 지동원(선덜랜드)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세웠고, 좌우 날개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김보경(카디프시티)을 배치했다. 중앙 미드필더에는 기성용(셀틱)과 박종우(부산)가, 포백에는 왼쪽부터 윤석영(전남)-김영권(광저우)-황석호(히로시마)-오재석(강원)이 변함없이 자리 잡았다. 골키퍼에는 와일드카드 정성룡(수원)이 어깨 부상을 털고 제자리를 지켰다.

경기 시작부터 승리가 절실한 한국은 강한 압박으로 중원 장악에 나섰다. 다소 거칠어 보였던 한국의 압박은 중원에서 짧은 패스 플레이로 골 기회를 노리던 일본의 숨통을 틀어막았다.

전반 6분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든 구자철이 수비수와 부딪치며 넘어졌지만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중원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몸싸움을 펼친 한국은 전반 중반 기성용과 오재석, 구자철이 연속으로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전반 34분 구자철이 일본의 오츠 유키(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에게 백태클로 옐로카드를 받은 뒤 일본 선수들과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후반 38분 후배들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지켜본 와일드카드 '맏형' 박주영이 마침내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박주영은 후방에서 길게 날아온 공이 일본 최종 수비수의 머리를 넘어 뒤로 흐르자 재빨리 달려나가 공을 잡았다. 허겁지겁 달려온 일본 수비수 3명이 박주영을 에워쌌지만, 드리블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돌파한 박주영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

이번 대회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 첫 골에 이은 너무나 값진 두 번째 골이었다.

박주영은 전반 42분 공중 볼을 다투다 일본의 수비수 오기하라 다카히로(세레소 오사카)의 팔꿈치에 오른쪽 광대뼈 부근이 찢어져 피를 흘리기도 했다.

한국은 후반에도 1대0 리드를 잊고 일본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후반 5분 박주영이 상대 수비수의 백패스를 보고 득달같이 달려들었으나 골키퍼가 한발 앞서 거둬냈다.

한국의 추가골은 주장 구자철의 발에서 터져 나왔다. 후반 12분 역습 상황에서 구자철이 공을 잡아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끈질기게 달라붙은 일본의 수비수 스즈키 다이스케(니가타)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꽂았다. 구자철 등 한국 선수들은 벤치 앞으로 달려가 벤치 멤버와 마주 보며 '만세 삼창'을 외치는 독특한 세레모니를 펼쳤다.

한국은 후반 15분에도 김보경의 슈팅이 골키퍼 손을 스치고 골대 오른쪽 기둥을 맞고 나오는 등 일방적으로 일본 진영을 휘저었다.

반격에 나선 일본은 3명의 선수를 잇달아 교체 투입하며 골을 노렸으나 조급한 마음에 패스 미스를 남발하며 주저앉았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23분 지동원을 빼고 남태희(레퀴야)를, 후반 35분에는 박주영 대신 김현성(서울)을 투입했다. 승리가 굳어진 후반 44분에는 구자철 대신 이번 대회에서 아직 뛰지 못한 수비수 김기희(대구)를 투입해 선수 전원이 병역 혜택을 받도록 지원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한국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기쁨을 맛봤다.

김교성기자 kgs@msnet.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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