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런던] "스포츠 외교 일선 아쉬움 많지만 보람도"

대구 출신 이동운 수영연맹총무이사

이동운(50) 대한수영연맹 총무이사는 올림픽이 열리는 런던에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아양초교, 경운중, 경북고를 나왔고 대구대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던 대구 토박이인 그는 8명의 본부임원 중 한 명으로 런던에 와 이기흥 한국선수단장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한국선수단 본진과 함께 런던에 입성한 뒤로 강행군을 이어갔던 이 이사는 폐막을 앞두고도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못할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회의로 하루를 시작해 밤늦게까지 경기장을 찾아 한국선수들을 응원하고 내외빈 영접, 선수단에 일이 생길 땐 해결까지 도맡아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런던에서 진행되는 스포츠 외교 현장을 지킨 그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코리아'의 위상이 정말로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 기간 내내 한국이 톱5 안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런던 교민들로부터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세계 스포츠계에서도 이제 한국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것도 실감했다"고 했다.

진종오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연일 금메달을 캐내자, 선수들은 물론 임원들까지 덩달아 신이 났다고 했다. 특히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박태환 예선 탈락 번복 사건은 한국의 스포츠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태환이 터치패드를 찍은 뒤 느닷없이 공식기록에는 실격 표시가 뜬 걸 보고 난리가 났죠." 규정에 따라 안종택 경영대표팀 감독이 국제수영연맹(FINA)에 1차로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태환이 예비구령과 스타트 신호 사이에 정지해야 하는 규정을 어겼다'는 FINA의 심판의견서를 받고는 즉각 항소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이기흥 한국선수단장은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수영장에 머물며 FINA 상소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회의실 앞을 지켰다. 이 이사는 "비디오와 각종 참고자료를 들이밀었고, 세계연맹 관계자들 설득도 여러 차례 했죠. 그리고 문밖에서 그 결과를 기다리는 4시간은 정말 너무나 긴박했고, 또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고 했다.

FINA 관계자가 "박태환을 준비시키라"고 일러줬을 땐 날듯이 기뻤다. 정말 이례적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일만 없었으면 박태환이 금메달을 거머쥐었을 거라는 이 이사는 "박태환 건은 잘 해결됐는데 조준호(유도), 신아람(펜싱) 등 석연치 않은 판정들을 모두 해결하지 못해 아쉽고, 특히 그 일로 인해 메달을 손에 쥐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했다.

8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고 선전을 펼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한국 스포츠가 세계 3위까지 오를 수 있겠다는 희망도 발견했다. 이 이사는 "좀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면, 조만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 자리에 한국의 이름을 새겨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