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바다는 인류의 영원한 '블루오션'이라고 불린다. 특히 바다 깊숙한 심해저(深海底)는 인류의 마지막 보물창고다. 망간단괴와 같은 광물자원을 비롯해 바이오 연구 등에 활용되는 심해 생물이 천연의 상태로 보존돼 있어서다. 그러나 이렇게 폭넓게 개발가능한 심해저도 로봇 등 이를 활용할 기술이 없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즈홀에 위치한 우즈홀 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e)는 작은 시골 바다마을에서 출발해 현재 선진화된 로봇 기술을 활용해 해양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숲속의 작은 대장간=지난 6월 말 미국 보스톤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우즈홀 해양연구소는 우즈홀이라는 미국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시골 바다마을, 그것도 해안이 아닌 이 지역 변두리 숲속에 꼭꼭 숨어 있었다. 가건물처럼 보이는 연구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뚝딱뚝딱' 망치질 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기계음이 '숲속의 작은 대장간'을 연상케 했다. 세계 최대'최고의 해양연구소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만큼 크고 화려한 연구소를 기대했지만 실상은 작고 허름하고 노후화된 모습이다.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의 연구소와는 사뭇 대조됐다.
해양연구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숲속에 위치한 것도 그렇고 초라한 모습에 잠시 실망했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예산이 부족해서도 깔끔한 시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더 큰 건물이 가져올 자연파괴를 걱정하는 이곳 연구소의 '깨끗한 환경개발'이라는 설립정신과 맞닿아 있었다. 또 해양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로봇기술들은 굳이 바다가 아니어도 연구가 가능해 숲속에 위치해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미래 해양로봇개발 선도=소박한 겉모습과 달리 이곳 해양로봇연구소 내부는 최첨단 장비들로 들어 차 있었다. 다양한 관측 계량장비를 비롯해 심해잠수기나 질량 분석기, 시료처리를 위한 클린룸, 해양포유류 연구에 필요한 CT스케너, 컴퓨터 X선 촬영장치, 최첨단 원격운영 자동탐사기 등 해양연구에 필요한 장비들이 연구소를 꽉 채우고 있었다. 특히 심해탐사 로봇 개발에 필요한 수중음파장비, 카메라, 로봇팔에 필요한 유압장치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최첨단 광학섬유 유선 네트워크를 연결해 지역분소와 현장 실험실을 초고속 컴퓨터망으로 네트워크화하는 연구 통신망이 구축돼 있어 각 분소별로 연구된 자료들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하고 있었다. 1970년부터는 기존의 해양과학기술연구기능에 더하여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시행함으로써 교육기능까지 추가했다. 해양로봇 연구에는 관련 장비와 수준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는 매년 1천6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 1천여 개가 넘는 과제를 1천400여 명의 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다. 해양로봇 분야 연구비로만 연간 200억원이 투자된다.
이 같은 막대한 지원과 인프라 덕분에 이곳 로봇 연구소가 그동안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1985년에는 대서양 해저에서 1912년 4월 14일 침몰한 타이타닉호 선체를 발견함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97년에는 미국국가과학재단이 지원하는 해양관측프로그램의 책임연구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이곳에서 개발한 원격조정 탐사정(HROV) 네레우스가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서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 탐사에 성공했다. 칩 브레이어 연구원은 "표본 채집, 망간 같은 자원개발, 심해생물'해양 바이오 연구 등을 위해서는 잠수정 기술 못지않게 직접 시료를 채취하는 역할을 하는 로봇팔 등의 기술이 꼭 필요하다"며 "로봇 기술개발에 집중해, 전 세계 바다 어느 곳이라도 표본을 채취하고 촬영할 수 있는 로봇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심해의 정복자, 수중로봇=안내를 맞은 앤디 보웰 전문 연구원의 도움으로 운좋게 세계 해양로봇연구의 선구자라 불리는 유인 잠수정 '앨빈'의 개조 장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우즈홀 해양연구소가 2천100만달러를 투자, 개조 중인 앨빈은 1977년 세계 최초로 열수분출공을 발견하고 1985년에는 북대서양 3,810m 심해에서 타이타닉호의 선체 내부를 탐사한 바 있다. 개조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2015년까지 잠항심도 6,400m의 유인잠수정으로 거듭나게 된다. 개조되는 앨빈은 전장 7.31m, 전폭 2.74m, 중량 20t의 3인승으로 설계됐다. 버스 정도의 크기다. 또 6개의 전기 추진 장치를 장착, 기동성도 강화된다. 이 추진 장치는 평상시에는 수백m의 이동성을 갖지만 다른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3.2㎞까지 탐사가 가능하다. 로봇팔 역시 강도와 조작성능을 강화해 최대 181㎏의 표본을 수거해 수면으로 가져갈 수 있다. 수심 6,400m에서 받게 되는 640기압의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첨단 티타늄 합금 등으로 특수 제작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해 출력을 배로 높였고 최첨단 센서와 적외선 장비 등을 탑재해 어두운 심해에서도 활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앤디 보웰 전문 연구원은 "심해 잠수정의 팔 역할을 하는 수중건설로봇은 최첨단 로봇 기술의 결정체로 심해개발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험실에서는 쉬운 기술이지만 높은 수압이 있는 수중에서 로봇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만큼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즈홀에서 글'그림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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