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안동시, 세계문화유산 관리 능력 있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에서 최근 뮤지컬 공연 중 불이 나 부용대 인근 야산 40여㎡가 20분 동안 탔다. 부용대는 하회마을을 끼고 도는 낙동강 인근 절벽으로 소나무 숲이 있는 곳이다. 화재는 부용대 정상에서 강 위의 수상 무대까지 불을 붙인 짚단이 레일을 타고 내려오도록 연출한 장면에서 짚단의 불이 산으로 옮겨 붙어 일어났다. 이번 공연은 세계유교문화재단 주최로 안동시가 대부분의 사업비를 지원해 열린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무대로 작품을 공연하는 것은 누구나 탐낼 만한 조건이다. 안동시로서는 하회마을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어 사업비를 지원하고, 공연 장소도 허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한순간의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행히 큰불로 번지지 않았지만 가뭄으로 바짝 마른 산에서 불을 이용해 공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꼭 필요한 장면이라 하더라도 사고의 가능성을 예상해 사전에 막았어야 했다. 이는 주최 측과 안동시의 안이한 태도와 관리 소홀이 원인이다.

문화재청은 독일과 오만의 예를 들어, 세계문화유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등재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원 상태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면 재심의를 통해 문화유산 목록에서 삭제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문화유산의 관리 상태를 재점검해야 한다. 등재 신청 때는 온갖 정성을 들여 놓고, 등재한 후에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 안동시도 앞으로 하회마을에서의 공연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 다시는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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