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는 네 편" 자녀의 입장에선 고민 들어주라

아버지들의 밥상머리 교육

"너 문과 갈래? 이과 갈래?"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간단히 정리하자. 너 의사 될래? 판사 될래?"

"의사가 나은 거 같은데요."

"그럼 의대 가거라."

얼마 전 한 TV 드라마에서 의사인 주인공이 자신의 고교 시절 아버지와 나누던 대화를 회상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학력고사 세대인 아버지들이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일 것이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이전 성적이 좀 나빠도 고3 때 열심히 하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 '수능시험이나 학력고사나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 진학이 결정되니 수능만 잘 치르면 된다', '요즘 애들은 예전보다 학습 환경이 좋으니 공부하기 한결 쉽다' 등과 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자녀의 입장과 환경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진학을 둘러싼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은 아무리 가도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 되기 십상이다. 일단은 대입 제도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정시모잡 중심이라면 과거와 유사성이 크지만 지금은 수시모집이 대입의 중심이다. 전형도 복잡하고 다양하다. 수능시험 한 번으로 해결될 수 있는 여건이 결코 아닌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입시 제도를 잘 모르는 아버지들이 대입을 앞둔 자녀에게 마냥 목소리만 높여서는 곤란하다.

아버지들은 자녀들이 어릴 때는 대개 인성 교육에 중심을 둔다. 자주 대면할 순 없지만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선배로서 멘토 역할을 한다. 대학 진학이 다가왔다고 아버지의 이런 역할을 굳이 바꿀 이유는 없어 보인다. 자녀들은 지금까지처럼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어루만져주던 아버지의 모습을 더욱 그리워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흔히 충고하고 조언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자신의 입장에서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은 주위에 별로 없다고 호소한다. 아버지들의 밥상머리 교육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버지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가 아니라 '역시 아버지는 내 편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자녀의 진로와 진학을 진정으로 돕는 길이다.

김기영 (사)지식플러스 교육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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