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銀도 불황 탓 허리띠 맨다

대출 받아가는 기업 줄어…야근 많은 지점 저연차 배정

대구은행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근저당 설정비 부담, 수수료 없애기 등 금융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비상 상황이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일로를 걷던 대구은행은 올 들어 주춤하기 시작했다. 대구은행의 2012년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천6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7% 줄었다. 대구은행은 당기순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근저당 설정비 부담과 각종 수수료 면제, 하락하고 있는 대출금리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라는 것이 은행의 판단이다. 대구은행 고위관계자는 "자산이 지속적으로 늘어 35조원이나 되지만 돈을 빌려가는 기업이 없다.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은행도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근저당 설정비 은행 부담에 따라 200억원 이상 순익이 떨어졌다. 각종 수수료 면제에 따른 순익도 수십억원 수준이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CD금리 담합 의혹으로 대출금리도 내린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하춘수 대구은행장은 '위기의 상시화'에 들어섰다고 표현했다. 지역 업체의 실적과 지역민들의 살림살이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대구은행도 전반적 장기 침체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대구은행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진행형이다.

이달 28일 문을 열 상동점에 추가 인력을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인근에 있는 중동지점과 파동지점에서 일하던 인력을 뽑아내 상동지점에서 근무하게 할 계획이다. 유연한 인력 운용을 우선순위에 올린 것이다.

공공금고가 있는 시청영업부나 각 구청 지점의 경우 저연차 직원 배정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시'구청에 있는 지점은 폐점시각이 다른 일반 지점에 비해 늦기 때문에 야근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연차가 높을 경우 그만큼 야근 수당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영업차량 카풀 활성화도 한 방법이다. 외부 출장이 있을 경우 행선지를 미리 고지해 직원들이 최대한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유류비를 아낄 수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경비 절감을 위한 소소한 노력들이지만 비상경영 시국이라는 점을 모든 조직원들이 공감해 실천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규모 인력 감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올해부터 1958년생이 명예퇴직 연령이 됐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1958년생의 자연 감소인원은 40명이 채 안 된다. 그러나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채용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 입사 직원들이 줄줄이 빠져나간다. 이들의 퇴사로 '조직 슬림화'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내부의 분석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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