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FTA 효과 무색한 수입품 가격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 도대체 자유무역협정(FTA)은 왜 했느냐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로 내려갈 줄 알았던 수입품 가격이 도리어 오르는가 하면 시판 가격이 수입 가격의 몇 배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FTA 효과로 내세운 '소비자 후생 증진'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이나 민간 소비자단체가 조사한 수입품 가격을 보면 소비자가 충분히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 전기면도기의 경우 평균 소매가는 수입 가격의 2.66배, 전동칫솔은 2.71배였다. 지난 4월 조사된 수입 전기다리미는 평균 2.3배였고 수입 유모차는 최대 3배, 유럽산 위스키는 최대 5배나 됐다. 좋은 품질 때문에 주부들이 애호하는 수입 프라이팬 역시 소비자가격이 수입 가격보다 2.9배가 높았다.

사정이 이렇다면 가격 조사가 되지 않은 다른 수입 제품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 원인은 독점적 유통 구조 때문이다. 수입품 제조사의 국내 지사가 유통망을 장악해 시판 가격을 일방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관세를 내려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시장경쟁은 아예 끼어들 여지가 없다.

수입품 독점 구조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은 매우 수동적이다. 가격을 조사해 공표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는 가격 조사 결과를 보고 사든지 말든지 소비자들이 알아서 하란 얘기밖에 안 된다. 그런 식으로는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수입 업체들이 콧방귀도 안 뀐다. 병행 수입을 포함한 수입 제품의 가격 경쟁 체제 구축을 포함한 수입'유통 구조의 개선과 담합이나 독과점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 등 더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독점적 유통 구조를 깨지 못하면 앞으로 FTA를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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