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악의 국제 곡물파동…물가 비상

밀·옥수수·콩 가격 폭등세 G20 긴급 대책회의

'글로벌 경제 위기에 이어 최악의 애그플레이션이 밀려온다.'

밀, 옥수수, 콩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이 가뭄 탓에 생산량이 급감, 지난달부터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애그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역사상 최악의 애그플레이션으로 예측되는 이번 사태가 올 연말 한반도를 덮칠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

2000년 들어 국제적 애그플레이션은 2007~2008년, 2010~2011년 두 번 발생한 바 있다. 2007~2008년에는 투기자금 유입, 주요 생산국의 수출 제한, 옥수수로 만드는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 생산 증대 등이 곡물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곡물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2010~2011년에는 러시아의 가뭄 등으로 세계 곡물 공급량이 3천100만t가량 부족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애그플레이션이 앞선 두 차례 곡물 파동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내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4천만t의 곡물생산 부족이 우려된다"며 "사상 최악의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풀어놓은 돈(유동성)이 곡물시장에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 일부 투기세력들이 넘치는 돈으로 곡물 가격 상승에 공격적으로 베팅하면서 식량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

이미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옥수수와 콩(대두) 가격은 부셸(25.4㎏)당 각각 8달러, 16달러를 넘겨 2007~2008년 식량 위기 당시의 가격(7달러, 15달러)을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주요 20개국(G20)은 곡물 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식 대책회의를 9, 10월 중 긴급히 열기로 했다.

◆국내 애그플레이션 가능성 높아

곡물 가격 급등은 생활 물가를 급격히 올리는 애그플레이션을 불러온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은 애그플레이션으로 인해 국민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

지난 2007~2008년 발생한 식량 위기 때에는 방글라데시와 멕시코, 이집트 등 30개국에서 애그플레이션으로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제 곡물 가격 변화는 보통 4~6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난달부터 급등한 국제 곡물 가격이 올해 연말 국내 물가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농촌경제연구원은 올 연말 밀가루와 옥수수가루 가격이 올해 2분기보다 각각 27.5%, 13.9%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물성 유지와 사료도 각각 10.6%, 8.8% 오를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밀가루와 옥수수 가루는 자장면, 빵, 국수, 맥주 등 '식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 곡물이기 때문에 물가 불안 요인이다"며 "사료 가격은 육류 가격의 상승을 불러와 국내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곡물가격 폭등세가 이어지면 밀과 콩을 무관세로 들여오고 공공비축 대상 작물을 쌀에서 밀, 콩, 옥수수까지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격의 변화를 빠짐없이 확인하고 있다"며 "국내 물가 상승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최대한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곡물 가격 급등이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 영향이 다시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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