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늦기 전게 과거사 매듭 풀 계기 마련"

이 대통령 연일 대일 강경 발언 배경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충북 청원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충북 청원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책임교사 워크숍'에서 분임토의 결과 발표를 청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일왕이) 한국 방문을 하고 싶어 하는데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할 거면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독도방문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대일(對日) 강경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날 "일본과의 과거사에 얽힌 사슬이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지체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독도문제 역시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단호한 역사인식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양국 차원을 넘어 전시 여성인권문제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에 반(反)하는 행위"라며 이 문제를 양국 간의 과거사 차원에서 인권문제로 압박하고 나섰다. 이는 독도는 물론 일본군 위안부와 교과서 왜곡 등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등 일본정부에 대해서는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현실 인식과 연결돼 있다.

이에 앞서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이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한 일왕의 사과문제까지 직접 거론했다. 그 전날 국회의장단과의 오찬자리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직접 성토한 바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이 대통령 발언이 대일외교의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니라는 청와대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참에 일본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자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야권이 임기 말 레임덕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냐고 의혹의 시선을 보이고 있지만 더 늦기 전에 한일 간 과거사 문제의 매듭을 풀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이날 경축사에서 거론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예상된 수준을 넘지 않았지만 전날 일왕의 사과를 언급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으로서는 금기에 가까운 충격적인 발언수위였다. 이 대통령은 "내가 모든 나라에 국빈 방문을 했지만 일본은 안 가고 있다"며 "아키히토(明仁) 일왕도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며 일왕 방한문제를 직접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 몇 달 단어를 뭘 쓸까. 또 '통석의 염' 뭐가 어쩌고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 거면 올 필요 없다"라며 그동안 과거사 문제에 대해 보여왔던 일왕과 일본 정부의 진성성없는 사과에 대한 강한 유감을 감추지도 않았다.

'통석(痛惜)의 염(念)'은 지난 1990년 5월 일본의 아키히토 일왕이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과거사와 관련해 표현한 것으로 당시에도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며 사과의 진정성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과거 미래지향적으로 가자고 한 발언에 대해 "가해자는 잊을 수가 있지만 피해자는 잊지 않고 용서할 뿐이다. 일본의 가해 행위는 용서할 수 있으나 잊지는 않는다"며 "일본과 많은 것을 위해 협력하고 공동으로 해나가야 하지만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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