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비정규직 고용 교육감이 직접해야"

현재 고용계약 교장에 권한 휴가·수당 등 복지 요구 눈치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 노조원 200여 명이 14일 경상북도교육청 앞에서 교육감 직접 고용과 호봉제 쟁취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 노조원 200여 명이 14일 경상북도교육청 앞에서 교육감 직접 고용과 호봉제 쟁취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경북 구미의 한 초등학교에서 16년째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A(51'여) 씨. 그는 학교 수업이 없는 날과 방학 때 외에는 평일에 쉬어본 적이 없다. 조리원 10명이 매일 학생과 교직원 등 1천5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8시간 일하고 받는 돈은 98만원. 16년을 일했지만 갓 들어온 조리원과 급여가 같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고용 불안에 신음하고 있다. 급식 조리 종사원과 방과후 강사 등 학교 비정규직은 전국적으로 15만여 명에 이른다. 임금은 지역 교육청이 지급하지만 고용 계약은 학교장과 하고 있어 비정규직인 이들이 법정 휴가와 야근 수당 등을 요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급식 조리원들의 근무 환경은 더 열악하다. 기숙사 학생들과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하루 세 끼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

경북 포항의 고등학교에서 10년 가까이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B(47'여) 씨는 하루 평균 9시간 근무한다. 기숙사생들의 식사 준비 때문에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

그는 "적은 월급보다 더 서러운 것은 학교 선생님들이 '아줌마'라고 부르며 무시할 때"라면서 "학교장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미운털이 박힐까 봐 병가 한 번 제대로 쓴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학교 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는 지난달 ▷호봉제 적용 ▷교육감 직접 고용 ▷교육감과의 단체교섭 적용 등을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9월부터 총파업을 벌이는 사안을 두고 투표를 해 노조원 92%가 찬성했다.

광주와 경기도는 학교 비정규직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했으며 서울과 전남, 전북 등 교육감들도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단체교섭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구와 경북은 교육감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어 14일 오후 경북교육청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에 소속된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400여 명이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심명희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 사무국장은 "학교 비정규직들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해야 각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제각각인 근무 환경과 고용 상태가 나아질 것"이라며 "교육 현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일하는 학교 비정규직의 권리를 반드시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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