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낮엔 벌에 쏘이고, 밤엔 모기에 물리고…"

영천 화산면 주민 고통 호소…"벌 고사 우려 방역 못해"

외골마을에 사는 한 주민들이 벌통으로 가득찬 빈집을 가리키고 있다. 민병곤기자
외골마을에 사는 한 주민들이 벌통으로 가득찬 빈집을 가리키고 있다. 민병곤기자

"낮에는 벌에 쏘이고 밤엔 모기에 물리고…, 시골노인은 벌보다 못합니까."

영천시 화산면 유성2리 외골마을 20여 가구와 영천시 화산면 덕암2리 작은 가마골 10여 가구 주민들은 요즘 동네 빈집에서 치는 벌 때문에 낮에는 벌떼들의 공격으로, 밤에는 모기떼를 쫓느라 밤잠을 설치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영천시가 마을 빈집에서 기르고 있는 벌이 죽을 것을 우려해 올 들어 방역소독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농촌의 노인들이 모기에 물려 고통을 호소해도 화산면사무소에서는 '벌 때문에 방역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시골사람들이라고 벌보다도 못하게 취급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또 "노인들이 벌에 쏘여 눈이 퉁퉁 부은 채 면사무소를 방문해 항의해도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라는 말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외골마을 주민 하수자(66) 씨는 "벌 배설물 때문에 빨래도 제대로 널지 못한다"며 "장독대나 주차 차량도 조금만 지나면 누렇게 얼룩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동은 대구의 김모(70) 씨가 외골마을 빈집에서 150통의 벌을 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가마골의 빈집에도 벌이 70여 통이나 된다. 이 마을 주민 10여 명도 대부분 벌에 쏘인 적이 있다. 최근에는 빈집을 방문한 전기 검침원이 머리에 7곳이나 쏘이기도 했다. 작은 가마골의 한 주민은 "모기 때문에 저녁에 밖에 나가기조차 겁난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영천시 화산면사무소 관계자는 "벌 주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방역을 하기는 어렵다"며 "방역 대신 분무용 약을 외골 주민들에게 나눠줬다"고 해명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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