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 때는 이혼도 줄어든다?…대구 3년째 협의이혼 감소세

분할 재산 감소 등 영향 분석

대구의 이혼 건수가 2009년 이후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법조계에선 '대구의 좋지 않은 경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가정법원에 따르면 2008년 7천751건, 2009년 7천908건이던 협의이혼 건수가 2010년 7천88건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6천893건으로 뚝 떨어졌다. 올 6월 현재도 3천317건으로 집계돼 지난해에 비해 더 줄어든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이혼 건수도 2009년 12만4천 건에서 2010년 11만6천900건, 지난해 11만4천 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경기가 좋지 않을 땐 나눌 재산이 적거나 없는 만큼 이 때문에 이혼도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주요 이혼 사유인 배우자의 부정 역시 경기가 좋을 때 많다는 것.

김계희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이혼도 경기를 탄다고 본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땐 나눌 것도 적어 아무래도 이혼을 적게 하는 것 같다"며 "실제 변호사들 사이에선 '지난해보다 이혼이 적은 걸 보니 경기가 나쁘긴 나쁜 것 같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혼 수치가 그해 경기를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혼 결과가 6개월 내에 나오기도 하지만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잖고, 불황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다 더는 견디지 못하고 뒤늦게 이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란 것.

김 변호사는 "재판상 이혼의 경우 보통 1년 정도 걸려 이혼 통계는 1, 2년 뒤에 잡힐 수 있다"며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이혼 건수는 줄고 있어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차경환 대구가정법원 공보판사는 "2003년 카드 대란 때처럼 사태가 갑자기 터지면 채무를 당장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와서 그 해에 갑작스레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가 많아질 수는 있다"며 "그러나 경제적 문제가 오랜 지속되는 불황의 경우 1, 2년쯤 뒤에 이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밀하게 특정 연도의 이혼과 경기를 연결시키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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