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방문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일(對日) 강경 기조에 대해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한일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5일 8'15 경축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첨예한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대신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국 차원이 아니라 전인류적 문제"로 내세우면서 일본 정부를 압박한 모양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과 하타 유이치로 국토교통상 등 현직 각료들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일본 내각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신사참배 후 이 대통령이 일왕의 사과를 언급한 것에 대해 "예의를 잃은 발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 대통령이 "일왕이 방한하려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공식 항의하는 등 한일 관계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우익단체들이 도쿄의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고,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 등이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양국 지도자 간에도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한일 재무장관 회담 연기, 정상 셔틀외교 중단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한일 통화 스와프 협정까지 재검토하겠다는 분위기를 흘리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현직 각료를 포함해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피해를 당한 국가와 국민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위"라면서 "지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는 등 일련의 대일 강경 메시지를 낸 데 대해 여야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 "1급 전범 위패가 있는 곳인 만큼 전쟁과 제국침략적 행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드러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이런 것의 자제를 요청할 뿐 아니라 합사된 한국인의 위패는 유족의 뜻에 따라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냉온탕을 반복하는 아마추어적 태도를 보면 정부가 대일 문제에 전략적 로드맵을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상당수 외교전문가들은 전략 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 등 현안에 대해 강경 발언을 할 경우 일본 측의 반발과 역공을 부르는 빌미를 제공하면서 한일관계가 꼬일 수 있다며 중장기 전략에 따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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