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특별한 일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 인물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주인공의 삶의 균형이 파괴되면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인물의 삶이 급격하게 변화되면서 인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영화의 이야기도 시작되는 것이다.
먼저 우리 영화 '괴물'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주인공은 송강호가 연기한 '강두'의 가족이다. 그들은 한강에서 조그마한 매점을 하며 때로는 서로 아옹다옹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강에 느닷없이 괴물이 나타나고 그 괴물이 막내인 '현서'를 납치하면서 가족의 일상은 파괴된다. 그리고 괴물에게 납치된 현서를 구하기 위해 가족들이 한강을 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피아 영화인 '대부' 역시 마찬가지다. 조직의 막내아들인 마이클은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대학을 나와 평범한 삶을 원하고 그 꿈은 이루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경쟁자에게 저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직에 개입하게 된다. 그리고 부친이 죽게 되자 적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보스에 오르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TV 드라마에서 이야기의 발생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매회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 시리즈는 몇 개의 도발적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의학드라마인 '브레인'을 통해 이를 확인해 보면 드라마 이야기 초반부에 전도유망한 '전임의'인 이강훈은 당연히 통과되리라 여겼던 조교수 임용에 탈락하게 된다. 이에 이강훈은 그 결과가 김상철 교수의 방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에게 적개심을 가지게 되면서 드라마는 두 사람의 '대립'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야기는 주인공의 삶을 뒤흔드는 무엇인가가 그에게 다가오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의 창작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평범한 여대생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남학생이 다가와 쪽지를 건네지 않았다면, 회사생활에 지쳐 방황하던 40대 가장에게 친구가 사업 제의를 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내일은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극장은 관객에게 일상을 탈출하게 하는 환상의 공간인 동시에 우리 삶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곳이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