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그룹 티아라의 멤버들 사이에서 왕따설이 나돌아 한동안 꽤나 시끄러웠다. 거식증(拒食症), 불면증, 우울증을 거쳐 마침내 자살로 이어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왕따 문제가 청소년들의 우상인 아이돌 사이에서 저질러졌다는데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이미 집단 따돌림은 특정 계층, 특정 집단, 특정 사회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누구나 왕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사람이 누구이든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입장이 되면 단순히 누군가에게 한 대 얻어맞은 것과는 그 정도가 확연히 다를 것이다.
집단 따돌림이란 곧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의 버려짐이요, 축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따를 당한 사람 대부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옳고 그르고의 분별력과 자신이 택해야 할 것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을 상실한 혼돈상태에 빠지게 된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교실에 불을 지른 초등학생이 있는가 하면, 총기를 마구잡이로 난사한 군인, 엽총을 난사해 직장 동료를 숨지게 하고 자신도 끝내 목숨을 끊어버린 회사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끔찍한 사례들이 곳곳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문학 작품에도 왕따를 소재로 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인터넷 소설 '왕따의 죽음일기'에서는 왕따를 당한 유지혜가 그를 괴롭혀 온 친구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집에 갇히게 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집에 갇힌 그들은 점점 잔인한 방법으로 서로를 죽이게 되는데 이는 왕따가 부른 살인인 것이다.
이기적이고 호전적인 국민성을 바탕으로 한 '이지메'는 일본에서 발단한 위험천만하고 그릇되기 짝이 없는 왕따 문화(?)의 원조다. 악마의 모습인 왕따 악행은 바다를 건너와 우리나라 전역에 너무 쉽사리 확산되었다. 그러는 동안 본래의 일본에서보다 더 잔혹하고 더 악독한 형태로 변질되고 있어 여간 두렵지가 않다.
왕따가 성행하는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결속을 해치는 불행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왕따는 개인적, 이기적, 폭력적, 파괴적인 성향을 지닌 동시에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생명을 중히 여기지 않는 등 지극히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결코 혼자서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또 혼자서만 살아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인간만큼 외로움을 타는 생명체는 없다. 인간처럼 웃을 수 있는 동물도 없다. 흔히들 즐겨 쓰는 '더불어'란 말의 의미 속에는 정, 우애, 사랑 같이 인간 세상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말들이 함의되어 있다고 본다. 인간은 정적(情的)인 동물이다. 너와 내가 서로 주고받는 따스한 정이 없인 하루도 존재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왕따, 제발 이쯤에서 그만 두자.
심지현(문학박사'대구가톨릭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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