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양궁 경기장에서 눈길을 끈 것은 준결승에 오른 나라의 감독들이 대부분 한국인이었다는 점이다. 올림픽 참가국 중 12개 나라가 한국인 양궁 감독을 초빙하여 우리나라 훈련 방법을 현지에 적용함으로써 양궁 기술의 비약적인 도약을 일구어 냈다고 한다.
외국의 역량있는 감독을 영입하여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비단 양궁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영입은 서구의 체계적이고도 과학적인 훈련 방법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선수로 뛰었던 홍명보 감독이 런던올림픽 축구 대표팀을 이끌면서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룬 것도 히딩크라는 주춧돌이 그 기반이 되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우수한 해외 인재의 영입을 통한 경쟁력 제고 추세는 글로벌화가 가속화하면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다. 특히 기업이 국경 없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를 진출국의 관습 및 법 체계에 적절히 조화시키는 '세방화'(Glocalization) 전략을 수립, 추진할 필요가 있다. 스타벅스는 지역적 특색과 문화를 접목한 인테리어로 현지 주민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으며, 맥도널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남녀 좌석이 분리된 매장을 선보여 시장 진입에 성공하였다.
세방화 전략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지역 중소기업의 성공을 견인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사정에 밝은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코트라에서 해외 우수 인력을 국내 기업에 소개하는 '콘택트 코리아'사업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수요 충족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지자체는 침체된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지역 유치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을 써 왔다. 새로운 기업의 지역 유치는 신규 투자를 유도하여 고용 창출, 세원 확대, 전후방 연관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기업 유치 전략에 대해 지역의 토착 기업 경영자들은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탄식 섞인 비아냥을 쏟아 놓는다. 단순히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신규 유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와 더불어 토착 지역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할 필요성이 그 안에 녹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에 진출한 지역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 지원책을 확대'강화해 나가는 것은 산토끼도 잡고 집토끼도 놓치지 않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해외에 생산 거점을 확보한 대부분의 지역 기업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반제품을 수출, 현지에서 완성품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생산 거점의 경쟁력 제고는 국내 법인의 매출액 증대와 지역 경제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선순환 고리의 구축을 위해서는 해외 진출 지역 기업이 현지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해외 진출 지역 기업이 현지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현지로의 정착과 성공을 예약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양질의 일자리가 확보된 지역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해외 우수 연구개발 인력이 취업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책을 쓰는 것이다. 지역에 유입된 우수 해외 R&D인력들이 보유한 경험과 지식, 현지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한다면 지역 기업의 해외 진출은 훨씬 수월해 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둘째는 지역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들을 지역 기업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한국어 구사 능력이 우수하고, 한국 문화에 친숙하며,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익숙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지한파이자 친한파다.
셋째는 지역 기업의 해외 거점에 취업한 현지 직원을 국내의 지역 대학에 유학시켜 기업의 차세대 핵심 인력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로 하여금 한국의 문화와 언어는 물론, 우수한 연구 개발 능력을 습득하게 함으로써 해외 현지화 추진 성공이라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룡 경북대 기계공학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