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즉시연금 비과세 폐지, 정부가 노후불안 부추겨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를 반영한 내년도 세법개정안이 은퇴자의 노후를 불안하게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즉시연금의 비과세 혜택 폐지다. 즉시 연금은 10~20년 동안 돈을 불입한 다음 연금을 받는 일반 연금 상품과 달리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한 뒤 일정 기간 거치 후 연금으로 받는 상품이다.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세금이 면제돼 노후대비용 연금상품으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예치 금액에 상관없이 비과세라는 점 때문에 고액자산가들의 절세수단으로 이용되는 문제 또한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즉시연금 수령액도 내년부터 이자소득세(15.4%)를 물리기로 했다. 이 바람에 은퇴 후 매달 적은 돈이나마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퇴직금을 즉시연금에 예치하려는 은퇴자들이 세금폭탄을 맞게 생겼다. 부자증세를 위한 정책 선택이 애꿎은 은퇴자를 잡게 생긴 것이다.

현재 즉시연금 가입자의 55.6%가 1억 원 미만 가입자다. 이들을 고액자산가라고 할 수는 없다. 은퇴 후 마땅한 직업을 찾기가 힘든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즉시연금 비과세 폐지는 정부가 은퇴자의 노후 불안을 부추기는 꼴이다. 은퇴자들의 평균 퇴직금이나 은퇴 후 최소생활비 등을 감안해 가입 상한액을 설정하거나 가입금액 중 일정부분까지는 비과세하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는 보완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의 문제점의 하나는 노후 불안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은퇴준비는 100점 만점에 55.2점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노후 빈곤'의 확산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연금소득 액수를 불문하고 세금을 물리려는 정부의 '무개념'이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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