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랑이상 멋대로 설치하더니… 독도 표지석도 멋대로 '뚝딱'

경북도·울릉도 몰상식 행정 "작품서 일부만 떼내다니…" 작가 "굴욕

경북도와 울릉군은 독도 동도 국기 게양대 앞에 설치돼 있던 호랑이 조형물(위)을 철거하고,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필이 포함된
경북도와 울릉군은 독도 동도 국기 게양대 앞에 설치돼 있던 호랑이 조형물(위)을 철거하고,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필이 포함된 '독도 표지석'을 세웠다.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와 울릉군이 독도 동도 상단부 국기 게양대 주변 조형물 상당수를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설치한 뒤 일부만 철거하고 그 자리에 '독도' 표지석을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와 군은 지난해 8월 동도 망향대 주변에 도비 1억원을 들여 국기와 경북도기, 울릉군기 등 3개 기를 달 수 있는 게양대를 세웠으며, 게양대 바닥은 태극 문양으로 '건'곤'감'리'를 배치하고, 호랑이 조형물(높이 1m, 길이 2.5m)을 설치했다.

도와 군은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명의의 '독도 표지석'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불법 조형물이라는 문화재청 등의 지적에 따라 호랑이 조형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독도 표지석을 설치했다. 현재 호랑이 조형물을 제외한 태극문양 조형물, 도기 및 군기 게양대 등은 그대로 설치돼 있다.

게양대 바닥의 태극문양 및 호랑이 조형물 등을 디자인한 조각가 홍민석(44'인천) 씨는 자신의 작품을 훼손했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홍 씨는 "내 작품을 임의 철거한 것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팔을 하나 자르고 이름까지 적어서 다른 것을 꽂아 넣은 것과 다르지 않다"며 " (국기 게양대) 바닥부터 호랑이까지가 제 작품인데 호랑이만 빼고 그 위에 비석이라니…. 철거를 해야 한다면 제 작품이라고 인정되는 부분 모두 철거하라"고 말했다. 또 "유명하고 잘 나가는 작가는 아니지만, 이것은 정말 굴욕적"이라며 "힘없는 무명 조각가이지만 그 정도는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은 도와 군의 허술한 행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양 기관은 2009년 5월 동도의 게양대 시설에 국기와 도기'군기 게양대 등을 모두 포함해 조성키로 하고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으나 그해 9월 국기 게양대 한 개만 설치하도록 조건부 허가가 났다. 당시 울릉군수는 두 차례 더 원안대로 허가해 줄 것을 문화재청에 신청했으나 부결'보류되자, 2010년 12월 임의로 공사를 발주해 호랑이 조형물을 포함한 게양대 시설을 했다는 것.

양 기관 관계자는 "시공 업체와 계약 관계 등을 따져봐야 겠지만 독도 표지석 설치에만 신경을 쓰느라 미처 작가의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며 "무단 시설물은 모두 원상복구하고 작가에게는 사과하겠다. 철거한 호랑이 조형물은 독도'울릉도의 적당한 장소로 옮겨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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