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수지맞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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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귀가하면서 '아빠 왔다' 라고 외치지만, 자식들은 내다보지 않고 강아지만 쪼르르 달려 나간다. 그러나 '택배요!' 라는 택배기사의 목소리가 들리면 온 가족이 달려 나간다. 택배 기사가 빈손으로 방문할 리 없으니 부푼 마음에 달려 나가는 것이다.

아이가 있는 대부분의 집 냉장고에는 군것질거리가 언제든 준비돼 있다. 아이스크림, 과자, 과일 등등. 그래서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먹을 것을 찾는다. 엄마와 아이는 '그만 먹어라' '왜?' '오늘 몇 개째냐?'며 종일 실랑이를 벌인다.

아이들 살찔까 걱정하는 마음에 엄마는 '그만 먹어라'고 종용하고, 냉장고에 맛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은 종일 주전부리를 한다. 엄마들은 자식의 비만을 걱정하면서도'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슈퍼에 가서 사다 줄 수도 없고, 한창 크는 아이들 먹이지 않을 수도 없고…'라며 꾸역꾸역 냉장고를 채운다.

자식들을 이미 시집장가 다 보낸 한 인생 선배가 기자에게 말했다.

'아이한테 과자 자주 사다 줘라. 퇴근해서 집에 갈 때마다 과자 한 봉지씩 사들고 가라. 아마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뻐할 거다.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된 자식의 얼굴에서 그처럼 기쁜 표정을 보려면 자동차나 집을 사 줘야 할 거다. 그러니 어릴 때 과자 많이 사다 줘라.'

부모 입장에서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것이 기뻐하는 자식의 얼굴일 것이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갔을 때, 저 택배기사가 왔을 때처럼 아이가 반가운 얼굴로 달려 나온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그러자면 아버지도 종종 과자를 사들고 가야겠지만, 집의 냉장고도 비어 있어야 한다. 냉장고에 먹을 게 그득그득하면 아이들이 아버지가 사오는 과자를 그처럼 기다리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에게 반가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과자 한 봉지로 얻는 기쁨이 뭐 그리 대단할까,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 기쁜 표정을 주고받는데 '자동차 한 대' 만큼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 집안이 거덜 나고 말 것이다.

집안을 거덜 내는 대신 냉장고를 비우자. 그리고 자식의 손을 잡고 동네 슈퍼엘 가고, 때로는 귀가 길에 과자 한 봉지 사 들고 가자. 세상에서 가장 수지맞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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