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을지훈련 발전기 소음, 괴로운 여름밤"

캠프워커 밤낮 군시설 가동…열대야에도 주택 창문 꽁꽁, 미군측은 상급부대

21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주민 차태봉 씨가 주택가 담장 부근에서 을지훈련중인 캠프워커 기지 발전기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1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주민 차태봉 씨가 주택가 담장 부근에서 을지훈련중인 캠프워커 기지 발전기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1일 오전 2시 30분 대구 남구 대명동 캠프워커 서편 활주로 옆 주택가. 영남불교대학에서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미군기지 담장을 두고 길이 막힌다.

이곳은 에어컨 실외기 소리 비슷하게 "우우웅~"하는 소음이 들려 주택가인지, 공단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 때문에 담장 주변의 30여 채 주택들은 밤 기온이 30℃를 오르내려도 창문을 꽁꽁 닫아놓고 있다.

소음은 캠프워커 헬기장과 활주로 주변에서 을지훈련에 대비해 군사 시설과 장비를 가동하기 위해 켜놓은 발전기에서 발생한 것.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이곳에 설치된 발전기가 3개였는데 올해는 몇 배로 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캠프워커에서는 최근 지난해 9월 7일부터 16일까지 패트리어트 미사일 훈련, 올 2월 27일부터 3월 7일까지 키리졸브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해 실시한 훈련 때도 발전기 소음 때문에 고통받았던 주민들은 이번 여름에도 발전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 이순이(72'여) 씨는 "60년째 이곳에 살면서 몇 차례 훈련하는 것을 봤지만 밤에도 잠을 못 이룰 만큼 지속적인 소음은 없었다"면서 "지난달 25일부터 을지훈련 준비를 하더니 이달 2일부터는 밤에도 발전기를 돌려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주열(51) 씨도 "한밤중에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계속된 소음 때문에 수면유도제나 술을 마시고 겨우 잠이 든다"면서 "더운 여름에 창문도 열어놓을 수 없어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주민들의 항의로 남구청이 최근 소음을 측정한 결과 캠프워커 담장에서 8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는 63dB, 주택가 마당은 58dB, 옥상은 65dB을 기록했다.

주거지역에 대해 환경부가 제시한 소음기준은 주간 55dB, 야간 45dB임을 고려하면 이 일대는 심각한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또 공사장에서 소음에 따른 행정처분 기준이 65dB인것을 감안하면 이곳 주민들은 공사장 한가운데에서 잠을 자는 것과 다름없다.

주민 차태봉(72) 씨는 "캠프 내 넓은 부지를 두고 도심 주택가 근처에서 훈련준비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주한미군과 구청에 수차례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군부대 관계자는 남구청측에 "훈련지 이동은 부대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한'미연합사령부 등 상급부대에 건의하겠다"고 알려왔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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