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이 있어야 공장을 돌리제. 이러다간 머잖아 인력이 없어서 신규 투자는 고사하고 있는 사업도 접어야 될 것 같아.' 한 여성 섬유 경제인의 투박한 푸념이 오늘날 우리 섬유산업의 우울한 한 단면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하다.
섬유업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의 인력 부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해소 방안으로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총론에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듯하면서도 각론에 있어서는 이해 관계에 따라 그 실효성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 한게 사실이다. 즉, 한때 섬유업을 비롯한 중소제조업은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해 '무조건 기피'부터 하고 보는 현상이 팽배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일할 사람'과 '일시킴 희망자' 간의 사소한 의향 차이로 약간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기업이 원하는 직원을 찾을 수 없어 많은 고충을 호소하며 어렵게 구한 근로자들도 스스로 모든 일을 알아서 잘 해 주기를 원하는데 반해 근로자의 입장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기업주 입장에서 보면 혹간 사소한 문제로 여겨지거나 허투루로 하는 하소연쯤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직원의 입장에서 갑갑함을 호소하는 경우를 들어보면 의외로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듯 하기 때문이다. 출퇴근의 편리성, 작업의 표준화와 숙련'숙지, 근로 범위와 시간, 직원 간의 소통 등 지엽적인 문제를 비롯해 기업의 비전 제시 등 신의와 성실에 입각해서 믿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일하고 싶은 자리'를 갖게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사실 섬유업은 작업 방법도 다양하고 일의 범위도 매우 넓다. 인력 부족률이 가장 심각한 생산을 비롯해 모든 이의 선망 대상인 패션디자인과 상품기획, 연구개발, 마케팅 등 수많은 직종과 분야가 있으며, 이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의 숙련과 경험에 근거한 개별적 손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섬유업도 자가경영이 크게 늘어나면서 다기능화, 첨단화 등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그래서 인력 채용의 경우 과거 '얼마 줄 테니…'가 주류였으나 지금은 '제대로 일한 만큼'이라는 기업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꿈 있는 직장'을 지향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은 생각 없이 움직이는 로봇과 같은 직원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창의를 희망하며, 종사자는 인간적 대우를 원한다. 기업과 취업 희망자, 지원 기관 등 모든 이해 관계자의 애살있는 관심과 중지를 모아 활기찬 근로의욕 발휘와 자긍심 고취로 진정 아름다운 미래를 보장하는 섬유 작업장이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 이에 최근 변화하고 있는 섬유 기업의 몇몇 풍경을 스케치해 본다.
풍경 하나, 대구 서대구공단의 전형적 섬유 중소기업. 체력단련실이 딸린 3층 옥탑 식당에서 매일 이뤄지는 풍경. 푸근한 집밥처럼 맑은 윤기가 자르르한 멥밥과 까무스레한 잡곡밥,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네댓가지 맛반찬은 아무리 까탈스러운 식성이라 하더라도 한 끼니 해결하는데 조금도 부족함 없는 듯하며, 무시로 찾은 손님도 은근한 걱정거리를 떨쳐 버리고 직원을 위해 차려 놓은 무상 성찬으로 사장님과 함께 자율 배식에 따라 한끼 요기를 게 눈 감추듯 하곤 한다.
풍경 둘,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섬유수출업체는 환경을 자사의 생산제품 만큼이나 청결하고 우아하게 조성해 도로 건너편에 있는 세계적 전자 업체와 견주어도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섬유산업의 자존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시원스레 뚫린 철재 담장을 따라 사시사철 피고 지는 화초와 연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잔디밭 틈새에 전통 나무 정자를 마련해 직원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 놓아 많은 제조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풍경 셋, 대구 달성국가산업단지. 지척에 푸근한 솔숲이 무성하고 야트막한 구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이곳에, 몇 해 전이라면 매우 드물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고희에 다 이른 경영주가 미래의 먹을거리를 위해 신규 투자, 그것도 도심과는 매우 먼 외지에 기숙사를 포함한 공장을 완전히 새로 건축하는 섬유 업체가 있다. 40여 년간 직물업으로 다진 경험과 기존의 시장을 기반으로 한미FTA 시대에 대비, 최첨단 시설을 도입한 사업 확대와 신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다.
박원호/한국섬유개발연구원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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