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의 파생상품 중에서 선물과 옵션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볼 수 있다. '무형'(無形)의 자산을 일정기간 '유형'(有形)의 자산으로 만들어서 그만큼 자산의 활용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어설픈 투자자가 덤벼들기에는 신기루 같은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에 대단히 위험한 투자 방법이다. 이곳에는 무시무시한 '제로 섬'(zero-sum) 게임이 존재한다. 즉,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그만큼 돈을 잃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법칙이 상존한다는 뜻이다. '콜'(call)은 상승에 '풋'(put)은 하락에 투자하는 방법인데 이들은 극과 극을 치닫는 투자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콜에 투자자가 많을 경우 결과가 풋이었다면 풋에 투자한 투자자는 단숨에 수십 배, 혹은 수백 배의 이윤을 남길 수 있기에 일면 매력적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때로 자신이 대항하기에 버거운 상대를 비판하는 방법으로 직접적인 비판이 어렵기에 간접적인 비판 방법을 사용한다. 풍자와 해학, 골계(滑稽)가 그 방법의 일례이다. 얼굴에 탈을 쓰고 어지러운 세상이나 파계승과 탐관오리와 같은 지배계급, 가부장적인 가족제도 등을 풍자하는 탈춤이 지역마다 상당수 남아 있다. 이와 유사하게 '망석중이'(marionette)나 '괴뢰'(傀儡'puppet) 등을 사용하는 꼭두각시놀음도 탈춤과 유사한 기능을 지니면서 구비전승 되었다.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는 의사표현과 행동의 자유가 상실된 채 조종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해당 꼭두각시의 수명은 영원할 수 없다. 관객의 호응 정도에 따라서 일정기간 사용된 후 용도폐기 될 수 있다.
엘바 섬에서 탈출하여 재집권한 나폴레옹이 1815년 워털루 전투에 임할 때,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거대자본가들은 그가 전쟁에서 패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풋에 승부를 걸었다. 그러면서 꼭두각시가 관객들을 콜로 유도하도록 줄을 당겼다. 아무리 전술에 뛰어난 나폴레옹이라도 영국과 네덜란드, 프로이센 연합군에 비해서 절반에 불과한 병력으로 전투에 이기기가 역부족이었으나, 개전 초기 막강한 프로이센군이 거짓으로 패하자 거대자본가의 손에 놀아난 민중들은 나폴레옹이 승리한다는 콜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 하지만 확실하다는 신념을 갖고 대박을 노렸으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쪽박뿐이었다.
세상살이에 있어서 사기성을 갖고 부추기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이들에게 잘못 현혹되면 알토란같은 전 재산을 사기당하기 일쑤다. 거짓 정보로 부동산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이 조종자이고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꼭두각시인 셈이다.
경제적인 불황이 심화되니 세상이 점점 더 삭막하며 어수선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자신의 분수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의 정도(正道)임을 잊지 말아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정재용/소설가
댓글 많은 뉴스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