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해 동안 대구의 날씨가 전국 최고 기록을 면했다고 해서 이를 두고 대구시에 나무를 많이 심은 결과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올여름에는 대구 기온이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곳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다.
대구시민들은 나무를 많이 심어서 대구가 근년에 와서 예전보다 시원해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올해 그렇지 않으니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무를 많이 심으면 분명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대구시의 나무가 35년 전보다 결과적으로 많아진 것이 아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최근 10여 년간 대구에 가로수나 나무가 많이 심겨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35년 전에 비하면 해마다 녹지공간이 줄어 지금은 절대적으로 숲 면적이 줄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비교적 녹지공간이 많았던 학교나 군부대가 줄어들었다. 50사단, 군의학교, 옛 효성여대, 감삼못, 배자못이 없어졌다. 그리고 달구벌대로 가운데 있는 가로수도 다 뽑아버렸고 동화사로 가는 봉무동 거리에 노태우 전 대통령 때 심었다는 마로니에도 도로를 넓히면서 다 뽑아버렸다.
1960년대 대구의 인구가 60만~70만 명일 때 논밭이었던 수성들이나 성서들도 모두 아파트나 산업단지로 개발되었다. 지산'범물동의 복숭아밭도 도시개발로 다 없어졌다.
옛날에 비해 녹지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진 지금, 가로수나 공원에 나무를 식수한 것을 가지고 기후변화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다. 오히려 나무가 많아 시원해졌다고 이야기하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벌거숭이 산에 식목사업을 한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온의 변화는 녹지공간도 상당한 역할을 하겠지만 해류, 호수, 댐, 기류의 변화, 터널공사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안동댐을 막고 나서 경북지방에 가뭄이 더 든다는 보고도 있었다.
자투리땅에 나무 몇 그루 더 심었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개발 일변도의 주택건설 정책을 지양하고 더 많은 녹지 공간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수성못을 없애고 집을 짓는다든가(과거에 그런 계획이 있었다), 언젠가 미군부대나 K2를 옮길 때도 주택이나 상가로만 지을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녹지 공간을 확보하도록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
독일의 대학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친환경도시로 유명한데 이미 13세기경에 도심을 흐르는 폭 50㎝, 총연장 15㎞에 이르는 바흐레(Bachle)라는 수로를 만들어 도심의 홍수와 열섬효과를 방지하고 있다.
그 후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을 지양하고 주위 근교에 상록수, 침엽수인 가문비나무로 울창한 산림을 100년간에 걸쳐 조성했다.
대구시도 신천을 개발해 상시로 맑은 물이 흐르게 하였고 쓰레기 매립장을 수목원으로 아름답게 가꾸는 등 많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대구시민이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2015년에는 세계물포럼이 대구와 경북에서 열린다. 3만 명 이상의 각국 대표와 환경 관계자들이 올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수자원을 잘 활용하는 도시로서의 면모를 세계에 보여야 할 것이다.
도심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나 분수대 설치는 물론, 도심 전체를 식힐 수 있는 수로 등의 설치도 계획해보자. 정부의 관심과 예산을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대구시민들이 높은 환경의식을 갖는 게 먼저다.
이재윤/덕영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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