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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러스, 프로축구 흥행 부활골 쏴라…옐로카드 '포항축구'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포항 스틸야드. 만석에 가까운 인파이지만 군인 등 무료 관람객들로 채워진 객석 또한 적지않다. 포항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포항 스틸야드. 만석에 가까운 인파이지만 군인 등 무료 관람객들로 채워진 객석 또한 적지않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이달 14, 15일 삼성과 한화 2연전이 열린 포항야구장. 장성환 포항스틸러스 사장은 1만747석을 가득 메운 포항야구의 힘을 지켜보며 내심 부러워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7일 포항스틸러스 직원들과 회의를 열어 "포항야구처럼 스틸러스 축구를 부흥시킬 복안을 찾으라"는 특별 지시까지 내렸다. 하지만 시민들은 "포항스틸러스가 변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안주해왔기 때문"이라며 야구에 비해 빈약한 운영 행태를 질타하고 있다.

◆'공짜표'가 너무 많아

일요일인 19일 포항스틸러스와 대구FC의 경기가 열린 포항 스틸야드경기장.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만1천750명으로 프로축구 경기 치고는 꽤 많은 숫자다. 그렇지만 순수하게 표를 사서 입장한 관중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게 관계자의 얘기다. 경기 때마다 찾아오는 400~500명의 해병부대원, 의무적으로 경기를 관람해야 하는 포스코 직원과 공단 직원, 포항시 관계자를 빼고 나면 순수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포항스틸러스의 연간 입장권 판매수입은 8억원. 이 가운데 포스코와 공단업체, 포항시 등이 팔아주는 입장권이 6억원이고, 현장 판매금은 2억원이다. 포스코는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가운데 일부를 떼 입장권을 구매한 뒤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포항스틸러스가 힘들게 입장권 판매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김모(35'포항시 남구 오천읍) 씨는 "집에서 나뒹구는 포항스틸러스 경기 연간 회원권이 몇 장인지도 모르겠다. 공짜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축구 경기가 과연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오겠느냐"며 반문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포항스틸러스가 그간 포스코와 시청 등에 연간 회원권을 맡겨 손쉽게 팔아왔다. 입장권 판매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구단은 전국에서 포항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 부재

포항스틸러스는 포스코 110억원, 포항시 5억원, 기타 포스코 계열사 기금 등 모두 160억~180억원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포항시의 기금이 포함돼 있어 외형적으로는 시민구단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스틸러스의 사장(2~6대'14년) 자리는 퇴직한 포스코 출신 임원들로 채워졌고, 직원들 역시 외부 환경의 변화를 거의 받지 않고 있다.

포항시 한 관계자는 "스틸러스 수장들이 구단과 축구 발전에 노력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 전문가들은 아니기 때문에 마케팅 마인드를 제대로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입장료 수입과 포스코의 든든한 예산 지원이 있어 관중 확보에 별다른 위기 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포항스틸러스의 역부족인 스포츠 마케팅은 경기 때마다 공무원과 포스코 및 연관 업체 직원, 군인 등이 반강제적으로 응원석을 채우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색한 지원 및 서비스

김병목 영덕군수는 "포항스틸러스 경기를 보기 위해 매년 수천 명의 영덕군민들이 경기장을 찾는데 고마움이나 배려는 없다. 스틸러스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포항스틸러스는 예산상의 이유로, 축구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 여자 축구부에서 유니폼 협찬을 부탁했을 때도, "스틸러스의 우수 선수 확보라는 예산 지원 명분과 맞지 않다"며 거부했다. 포항스틸러스는 선수들을 활용해 축구교실을 여는 것으로 지원을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라이온즈는 대구경북지역 중'고교 야구부를 찾아 야구용품을 지원하고 격려해 꿈나무를 키우는 동시에 미래의 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찾기 불편한 스틸야드

장성환 포항스틸러스 사장은 "스틸야드는 시설과 규모, 경기 운영 조건 등에서 매우 좋은 구장이다. 하지만 교통이 불편해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약점"이라고 말했다. 주말 스틸야드에서 축구 경기가 끝날 무렵에는 외곽으로 나가는 길이 형산강 다리 하나 뿐이어서 심각한 교통 정체가 일어나기 일쑤다. 경기장이 포항제철공단 안에 위치하고 있어 발걸음이 어려운데다 주차 공간도 인근의 기술연구원 주차장까지 합쳐봐도 1천271대에 불과하다. 때문에 스틸야드의 이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축보다는 포항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해 스틸야드로 활용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포항스틸러스는 "예산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포항스틸러스 관계자는 "교통 체증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주차는 철강공단 대로변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스틸야드를 찾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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