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족 탓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대로변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폭주족 소음 탓에 여름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다시피하고 있다. 경찰의 집중 단속에도 폭주족들은 질주를 멈추지 않아 주민들은 '폭주족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종합유통단지 내 A아파트에 살고 있는 장종철(57) 씨는 매년 여름이 두렵다. 8월이 되면 연례 행사처럼 오토바이와 차량 폭주족들이 아파트 바로 앞 왕복 10차로 도로에서 굉음을 내며 질주하기 때문이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밤마다 굉음을 내는 폭주족 때문에 이달 들어서는 푹 자본 날이 없을 정도다.
장 씨는 "팔순을 넘긴 어머니가 밤만 되면 폭주족 소음 때문에 발작을 일으켜 이번 여름에는 동생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잠깐 잠이 들었다가도 폭주족이 지나가면 잠이 몽땅 달아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름마다 잠을 설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종합유통단지 내 왕복 10차로 도로는 폭주족들이 선호하는 도로다. 상업시설 밀집지역이라 밤이 되면 차량 통행이 뜸한 데다 도로가 넓어 마음껏 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변에 위치한 A아파트 340여 가구는 매년 여름마다 폭주족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오토바이뿐 아니라 '폭주카'까지 합세, 소음이 더 심하다. 1998년부터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 이모(54'여) 씨는 "직장인 아들이 매일밤 잠을 설쳐 힘들어 하고 온 가족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폭주족들을 모조리 붙잡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소음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지난해와 올해 2차례 경찰청에 집단 민원을 제출했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지난해에도 광복절을 앞두고 폭주족 단속 민원을 경찰에 제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8월만 되면 아파트 주민 전체가 잠을 설치고 있어 경찰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폭주족 단속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북구에서만 폭주족 98건을 단속했지만 폭주족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북부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법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으면 좋은데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해도 20만~30만원에 불과해 폭주족들이 겁을 안 먹는 것 같다. 오토바이나 폭주카를 압수할 수도 없고 폭주족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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