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耳順)의 박근혜가 집권 여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로 119일 뒤, 12월 19일 대선에서 제18대 대통령의 월계관을 쓸 것인지 실패한 도전자로 추락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박근혜의 운명은 어림잡아 지금보다 5~10%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통합, 비리 척결, 국민 행복 3대 키워드를 말했지만 새로운 지지율을 창출하려면 바닥 끌어안기와 노선이 다른 이들을 얼마나 설득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후보가 된 이튿날, 국립현충원에 이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하고, 반대 소란에도 권양숙 여사와 덕담하는 것과 같은 행보는 계속돼야 한다. 서로 정치적 입장이 판이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얼마나 아플지 안다"는 박근혜 후보의 위로에 "어려운 길을 택하셨다"고 권양숙 여사가 덕담했다. '그년' 막말로 오염된 정치판의 품격이 두 여성의 짧은 대화로 한결 정제됐다.
1997년 대선 정국에서 한나라당 선대위 고문을 맡으며 정치권에 발을 들인 박근혜 후보가 이듬해인 1998년 4월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엄삼탁 후보를 누르고 국회 입성에 성공한 것은 꼬장주 민심 덕이다. 원래 문경'예천 출마를 비공개로 원했으나 김대중 대통령이 영남에 영향력을 높이려는 동진(東進) 정책을 쓰자 한나라당이 정책적으로 박근혜를 달성군에 투입했다. 연고도 없이 선거운동을 하러 다니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근혜야, 밥은 묵고 다니나"면서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당선된 지 14년 만에, 비례대표를 포함하여 내리 5선 끝에 대권행 티켓을 거머잡았다.
그러나 민심은 생물이다. 민심은 언제든지 이반될 수 있다. 특히 바닥 민심을 잡지 않으면 첫 여성 대통령은 꿈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새누리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가 "시급이 5천 원도 안 돼요?"라고 발언한 것은 이런 우려로 연결된다.
아르바이트 인생, 비정규직, 임시직과 같은 바닥 인생의 아픔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성장의 한계' 시대 대통령의 자질로는 역부족이다. 바닥 인생이 살기 좋아져야 5천만 국민 행복 플랜도 달성된다. 양극화로 인한 절대빈곤과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지름길임은 룰라의 브라질 통치 시대가 입증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 더 낮아지고 더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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