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범죄'가 이달 들어서만 7건이나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모 씨가 흉기를 휘둘러 전 회사 동료와 행인들에게 해를 입혔고 같은 날 울산에서 이모 씨가 단골 슈퍼마켓 주인에게 뚜렷한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렀다. 18일에는 수도권 지하철 안에서 유모 씨가 시비 끝에 흉기 난동을 부려 시민들을 다치게 하는 등 무차별 범죄가 잇따랐다.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는 대부분 현실에 불만을 품은 사회적 외톨이들이며 범죄 빈도가 잦아져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의도 사건의 김 씨는 직장 생활에 실패해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울산 사건의 이 씨는 10년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다가 일순간에 사회를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수도권 지하철 안에서 흉기 난동을 부린 유모 씨 등 다른 가해자들도 사회적으로 낙오돼 극단적 심리 상태에 놓여 있던 것으로 보인다.
묻지마 범죄는 개인의 정신적'성격적 장애를 일차적 원인으로 볼 수 있으나 사회적 병리 현상에서 비롯된 사건이기도 하다. 치열한 경쟁과 높은 실업률, 경제적 압박이 큰 사회구조 속에서 빚어지는 깊은 좌절과 소외감이 비뚤어진 보복심리의 범죄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와 '길거리 악마', 미국의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 등도 같은 유형의 사회 문제들이다. 우리 사회에는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사회적 외톨이가 2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잠재적 시한폭탄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증오 범죄'로 홍역을 치른 일본은 2010년에 실태 조사를 벌여 비정규직 보호 등 실업 문제를 줄이고 지역별 보건소와 정신보건센터에서 상담과 취업 교육 등에 나서고 있다. 우리 역시 치안 강화 등 묻지마 범죄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사회병리 현상을 치유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외톨이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이를 바탕으로 복지'노동'의료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체계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경쟁에서 밀려난 낙오자들이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개인과 사회 간 유대의 통로를 만들고 이들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사회 안전망과 복지 인프라를 확대하고 정신보건 시스템도 촘촘하게 더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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