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7세가 되어 새로운 장래 희망이 생겼습니다. 바로 사회적기업가! 대학에서 4년을 산림자원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했고, 독일 유학 등 숲 보호가가 되고 싶었었지만 한순간 저의 꿈은 바뀌게 되었습니다.
사회적기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방글라데시의 대표 사회적기업 '그라민 뱅크'가 있습니다. 그라민 뱅크는 저소득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 대출을 진행하는 은행으로 그들의 자립을 돕는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입니다. '저소득층은 돈을 다시 갚을 능력이 없을 것이다' '사업의 지속성은 어려울 것이다' 등의 우려를 뒤로하고 지금 현재 상환율 90%가 훨씬 넘으며 세계 1억 명 가까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준 아주 멋진 기업으로 성장해 있습니다.
이 기업을 설립한 무하마드 유누스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멋진 정의를 내렸습니다. "사회적기업가는 단순히 착한 일을 해서 수익을 내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 즉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가 사회적기업이다."
지난해 봄 취미로 시작했던 사람도서관(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프로그램) 일을 하던 저로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반년 사이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과정에서 그렇다면 이 일도 또 다른 변화를 위한 노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사회적기업 아니 'change maker'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전하자'는 목표와 함께 말입니다.
그렇게 지난 1년 넘는 시간 동안 대구에서 발품 팔며 다양한 사람들을 찾고 만나는 과정들을 반복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보수적인 도시에서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했지만 직접 뛰어본 결과 어느 곳이든 자신만의 꿈과 비전을 두고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만나는 횟수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관계의 끈을 만들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이제는 중학생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1주일 전 포항에서 여고생 2명이 저희 사무실을 다녀갔습니다. 처음에 연락 받았을 때는 대구의 여고생들인 줄 알았는데 만나서 인사를 하니 포항에서 왔다는 겁니다. 얼마나 그 친구들이 멋져 보이던지 그날은 반나절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사람도서관 사업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두 친구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한 명은 현재 학교에 다니면서 느끼는 답답한 점들에 대해서, 또 다른 한 명은 과거 심리 치료를 받으면서 오히려 상처가 되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날 함께 내린 결론은 해결책과 치료 방식보다도 그 이전에 자신이 힘들어했던 경험을 공감하고 나누는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기뻤지만 동시에 너무나 먹먹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사업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냥 취미로 두는 것이 좋지 생계를 위한 업으로 만들기 시작하면 오히려 취미가 독이 된다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사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들도 선택해야 하고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갈등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의 뜻과는 조금씩 벗어나는 일들도 발생해 가는 상황입니다. 이제 저에게 사람도서관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함께했던 단 한 사람이라도 이러한 장을 통해서 힘을 받아가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가는 것이 저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넘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 이 사업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장을 통해서 사회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네트워크기획 '아울러' 링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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