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 해파리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삼면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해파리에 쏘여 다치고, 심지어는 숨지는 피서객도 발생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어민들은 수온 상승에 따른 해파리 떼 출몰에 적조 현상까지 겹치며 어획량이 감소해 울상을 짓고 있다. 서민들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어획량이 줄면서 생선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파리의 습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개체 수가 늘고, 독성도 강화되는 것은 해양 환경의 변화가 근본 원인이지만 사후에 제거하는 것 외에 뚜렷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어민 등 관계자들은 내년 여름에는 해파리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파리의 습격
이달 10일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8세 여아가 두 다리와 손등에 해파리 독침을 맞고 사망했다. 해파리에 쏘여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해운대 등 부산 지역 7개 해수욕장에서는 올해 피서객 1천300여 명이 해파리에 쏘였다. 같은 지역에서 2008년 120여 명이 해파리에 쏘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경북 동해안도 인명 피해가 적잖았다.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경북 동해안 지역 해수욕장에서는 개장(7월 1일) 이후 최근까지 20여 명이 해파리에 쏘였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 미미한 피해를 입었지만 문제는 해수욕장 입수통제선 안으로 해파리 한 마리만 들어와도 인명 피해가 수십 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해파리 개체 수가 내년에는 얼마나 늘어날지 짐작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 해파리 떼가 최근 동해 울진 앞바다까지 북상했고, 한반도 인근 해역의 표층 수온 상승 등의 이유로 연말까지 한반도 주변에 서식할 것으로 분석되면서 여름이 지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북 포항 칠포해수욕장 인근 횟집 주인 박경자(52'여) 씨는 "올해는 서해'남해'경남 동해안에 해파리 피해가 집중됐고, 경북 동해안은 피해가 미미했다. 하지만 해파리가 급증할 경우 해수욕장은 물론 인근 상권까지 타격을 입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해파리 떼 출몰에 적조 현상까지 겹치며 어획량이 크게 감소해 울상을 짓고 있다. 건져서 내버려야 할 해파리만 가득 잡히는데다, 해파리가 아예 그물을 찢어버리는 등 정상 조업이 어렵기 때문. 민어'병어'새우 등 제철 수산물의 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피해액은 연간 3천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금 같은 수산물값 상승세가 지속될까 우려하고 있다.
◆해양 환경 변화가 근본 원인
이 같은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주범은 해파리 종류 중에서도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다. 보름달물해파리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종으로 최대 크기가 30㎝ 정도다. 바다 수심 2m 이내에 서식하며 여름에 떼로 나타난다. 독성은 약한 편이다. 쏘이면 가벼운 통증 내지는 근육 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노무라입깃해파리다. 채찍 모양의 상처를 내는 데다 통증 또는 근육 경련 내지는 심장마비까지 일으키는 등 독성이 매우 강하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사망자를 낸 주범이기도 하다. 최대 2m까지 자라는 대형 종으로, 동중국해에서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로 유입된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2000년대 들어 동북아 지역에서 대량 출현하며 어업 활동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급증에 따른 피해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해양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이 가운데 수온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08년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온 상승이 독성 해파리인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성장을 도와 조기 출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2006년에 6월에 우리 해역에 처음 나타난 것이 올해는 5월에 처음 등장하는 등 출현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것. 그만큼 해파리로 인한 피해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원인은 교량 등 해양 인공구조물이 늘어나며 해파리의 어린 개체인 '폴립'의 서식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또 무분별한 남획으로 해파리의 천적인 '쥐치'가 줄어들어 해파리가 경쟁자나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아 개체 수가 급증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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