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팍팍한 직장생활, 책 한 권의 여유…독서 고수의 '책읽기 레시피'

직장인들이 바쁜 와중에도 독서를 꾸준히 하려면 독서기록장 작성이나 독서모임 가입 등의 요령이 필요하다. 대형서점에서 중년의 한 직장인이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직장인들이 바쁜 와중에도 독서를 꾸준히 하려면 독서기록장 작성이나 독서모임 가입 등의 요령이 필요하다. 대형서점에서 중년의 한 직장인이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아직 폭염이 가시지 않았지만 가을을 알리는 처서(處暑)가 지나갔다. 이맘때면 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책'이다.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독서의 해'이기도 하다. 책읽기를 떠올릴 때 '사각지대'가 직장인이다. 바쁜 직장 생활로 인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책읽기가 직장인에게도 필수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파워리더십연구원 정기원(52'튠머니시스템 대표) 원장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직장인을 위한 '책읽기 레시피'를 소개한다. 정 원장은 1년에 100권 이상 10년 넘게 책읽기에 몰두한 '책읽기 마니아'다. 개인도서관인 파워리더십도서관(www.powerlc.co.kr)을 운영하면서 독서포럼이나 독서모임 등 책읽기 운동을 오랫동안 펼치고 있다.

◆책마다 맛이 다르다

음식 맛이 제각각인 것처럼 책도 여러 가지 맛을 가지고 있다. 심심풀이 땅콩 같은 잡지와 삶의 사용설명서 같은 실용서, 건축물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는 파일 같은 인문고전서가 있다. 이처럼 책도 저마다 고유한 맛을 가지고 있다. 음식의 맛을 먼저 알아야 상황에 따라 맛있게 먹을 수 있듯이 책도 고유의 맛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호하는 책부터 잡아라

"아버지는 시험 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열심히 책을 읽어요"라는 딸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집에 책이 저리 많은데 왜 당신과 아이들은 읽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아내는 "당신이 즐겨 보는 책을 펴들면 10분도 지나지 않아 두통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후 아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구해다 주었더니 밤새워 읽는 모습을 보았다.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책부터 손에 들고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하지 않는가.

◆한 권보다 두세 권을 챙겨라

아무리 식성이 좋은 사람도 같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물릴 때가 있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다른 책을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읽다 보면 그 지루함에서 벗어나 새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를 '평행독서'라고 한다. 평행독서를 위해서는 늘 몸에 두세 권의 책을 지니고 다니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으려면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독서기록장을 작성해보자

사람은 성취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있다. 자신이 읽을 책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도록 간단한 독서기록장을 작성해 보면 성취감을 맛보기가 쉽다. 책읽기는 '콩나물시루'에 비유할 수 있다. 어릴 적 아랫목에 놓여 있던 콩나물시루는 늘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물세례만 받았다. 물은 이내 아래로 빠져 버렸지만 며칠 뒤 시루 안에 콩나물은 키가 한 뼘이나 자라 있었다. 책읽기도 이와 같다. 일반적으로 책을 읽어도 나중에 머리에 남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책도 많이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혜가 자라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금맥을 따라 곡괭이질을 하라

읽을 책을 고를 때 표지와 날개, 프롤로그, 에필로그, 목차를 꼭 확인해보자. 이것들은 지은이나 독자 또는 출판사의 생각이 엑기스로 저장된 곳이다. 광부가 무조건 여기저기 곡괭이를 휘두르기보다 금맥을 보고 곡괭이질을 할 때 노다지를 찾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는가. 책에 대한 정보를 알고 책읽기에 도전하면 수확의 기쁨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지은이에게 스파링을 신청하라

책을 읽는 목적은 지은이의 생각을 따르거나 재해석해서 자신의 지식이나 지혜로 만드는 것이다. 지은이의 생각에 공감하는 부분이나 지은이와 생각이 다른 부분에는 밑줄을 긋거나 자기 생각을 간단하게 적어보라.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펼쳐보면 자신의 생각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고 책 읽는 기술도 크게 향상된다.

◆참조집단을 만들어라

갖가지 유혹을 물리치고 책읽기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우리 주위의 환경으로 볼 때 절대 녹록지 않다. 직장생활 과정에서 잦은 모임 등 우리를 책읽기로부터 멀리하게 하는 요인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독서의 계절'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책읽기에 도전했다가도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함께 책읽기를 할 수 있는 독서모임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글'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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