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야산에 고립된 인명을 구조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서명갑(37) 소방장의 영결식이 26일 오전 9시 30분 포항북부소방서 앞에서 열려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서 소방장은 24일 오후 3시 45분쯤 포항시 북구 죽장면의 한 야산에 고립 중이던 A(20) 씨 등 4명을 구하기 위해 자호천을 건너다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사고 발생 1시간 40여 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자호천(폭 100m)은 전날 144mm의 집중 폭우로 신장 175cm였던 서 소방장의 턱 밑 부분까지 수심이 차올랐으며, 서 소방장은 당시 밧줄을 몸에 감은 채 자호천 반대편으로 헤엄쳐 건너가려다 급류에 휩쓸려 사고 지점에서 450m가량 떨어진 곳까지 흘러갔다. 안전을 위해 밧줄 반대편 끝을 나무에 감기는 했으나 물살이 세 나무가 뿌리채 뽑히면서 물길이 서 소방장을 집어삼켰다. 이날 함께 출동했던 구조대원 4명도 서 소방장을 구하기 위해 밧줄을 움켜잡았으나 모두 손바닥에 화상을 입고 밧줄을 놓치고 말았다. 야산에 고립됐던 A씨 등 4명은 사고 발생 하루 뒤 25일 오후 6시쯤 모두 구조됐다.
서 소방장의 영결식에는 유족들을 비롯해 소방방재청장, 포항시장, 서 소방장이 군 복무시절 몸 담았던 해병대 수색대 후배들이 함께 했다. 이날 서 소방장의 어린 아들(7)과 딸(2)은 울먹이는 어머니(38) 옆에서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여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서 소방장은 지병으로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모신 효자이자, 근면성실한 가장으로 알려졌다. 또 2009년도에는 전국소방대회에 경북도 대표로 출전해 1등상을 받을 정도로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여왔다. 서 소방장은 지방소방교에서 1계급 특진하고,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서 소방장의 구조대 선배인 백준기(40) 소방교는 "시간이 나면 항상 구조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책을 펴놓던 성실한 사람이었다. 아주 엄격했던 동료이자 현장에서는 가장 믿을만한 듬직한 후배"라며 고인을 추억했다.
포항북부소방서 강석필 대응구조과장은 "매일 출근할 때마다 마주치면 고물상 등에서 자동차 문을 구해와 열쇠 따는 연습 등 스스로 훈련을 하던 고인이 모습이 기억난다"면서 "매사에 열심이고 운동도 만능이었다. 이런 친구를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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