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일방적으로 KTX 요금 '할인카드' 제도를 없앤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약속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철도 이용객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코레일은 올 5월 할인 폭이 큰 좌석을 선점해 중간에서 차익을 챙기는 재판매가 성행, 일반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할인카드 신규 발매를 잠정 중단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다른 보완책이 나올 때까지 할인카드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했고, 이미 발급한 할인카드는 유효기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시행된 코레일 할인카드는 일정 기간, 정해진 횟수만큼 KTX 운임을 7.5∼30% 할인받는 상품으로 청소년, 비즈니스, 경로카드 등 세 종류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할인제도를 마련한다는 코레일이 석 달이 지나도록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사실상 KTX 요금을 인상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입사 필기시험과 면접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이상 서울에 간다는 취업 준비생 신모(24'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KTX 할인카드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는 서울 갈 일이 더 많아질 텐데 어려운 형편에 한 번 왕복에 10만원 가까운 교통비를 감당하려니 벌써 답답하다"고 속상해했다.
남자친구와 주말 만나는 직장인 박모(27'여) 씨도 "주말이 돼야 남자친구를 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비싼 주말 요금에 지금까지 받아왔던 비즈니스카드 할인까지 받을 수 없어 속상하다"며 "교통비 때문에 데이트 횟수를 줄여야 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김모(29) 씨는 "할인카드 부당 이용자는 KTX 승무원의 검표 강화를 통해 적발하면 되는데 이러한 노력도 없이 할인제도를 원천 봉쇄한 것은 돈에 눈이 먼 코레일의 횡포"라며 "이는 코레일이 철도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은 "공공 서비스인 철도는 국민 편익을 우선해야 하는데 갑자기 할인카드 제도를 중단한 것은 공공성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코레일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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