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1'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성실한 업무태도로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동료 간 불화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어눌한 말투와 느린 행동 때문에 동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어려운 일도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다.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고 생각한 김 씨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했고 회사에서 쌓인 불만을 술자리에서 터뜨리기 시작했다.
김 씨는 "나도 모르게 술에 취해 사람들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다"며 "동료들과 더 어울리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직장 내 '왕따'로 인한 무차별 보복 범죄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이달 22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전 직장동료 2명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다 행인 2명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흉기 난동을 일으킨 김모(30) 씨는 2009년 같은 팀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했던 상사와 동료를 공격했으며, 직장 내 왕따 분풀이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3천35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왕따 경험을 조사한 결과 30.4%가 "왕따를 당해봤다"고 답했다.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느낄 때는 '나 몰래 동료들이 대화를 나눌 때'(57.2%)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회사 등 내부 모임 소식을 나 혼자 모를 때'(34.7%) 등이었다. 응답자 중 33.5%는 '왕따 스트레스로 회사를 그만둔 적이 있다'고 답했고, 8.6%는 '전문가의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대구지역 정신보건센터에 따르면 직장 내 왕따 문제로 고민을 상담하는 직장인이 요즘 부쩍 늘었다고 한다.
직장인 이모(24'여'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요즘 2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둘지 고민하고 있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상사가 동료들 앞에서 혼을 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동료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워졌다. 이 씨는 "혼나는 일이 반복돼 자신감이 없어지고 일의 능률도 떨어졌다"며 "동료들이 욕을 하는 것 같고 혼자서 우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 내 왕따 문제로 직장을 옮기는 사람도 많다. 최근 직장을 옮긴 곽모(29'대구 동구 신천동) 씨는 따돌림을 당해 회사를 그만뒀지만 두 번째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받고 있어 또다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곽 씨는 "함께 하는 프로젝트에서 소외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동료들이 따로 채팅방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며 "반복되는 따돌림으로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고 했다.
대구 중구 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직장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우울증 때문에 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주로 직장상사와 마찰을 빚거나 본인이 내성적이어서 주변과 쉽게 어울리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미주병원 권영제 원장은 "요즘 직장문화가 '관계'보다는 '능력' '경쟁'을 더 중시해 조금만 뒤처져도 보듬어주지 않고 무시하거나 짓밟아버린다"며 "왕따는 본인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이를 우울증이나 폭력적인 행동으로 키우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무심함과 배려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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