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많은 과제 남긴 삼성-애플 특허 전쟁

애플의 완승으로 끝난 삼성-애플 간의 특허 전쟁은 여러 가지 과제를 남겼다. 우선 보호주의의 대두 가능성이다. 이번 평결에서 배심원단은 삼성이 제기한 애플의 통신 기술 특허 침해 혐의에 대해서는 일절 인정하지 않은 반면 애플이 제기한 삼성의 '디자인' 특허 침해는 인정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비전문가인 배심원들이 다분히 '자국 이기주의'에 기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두 번째로 특허 제도 자체의 문제점이다. 배심원이 애플의 특허로 인정한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디자인'은 한국은 물론 유럽 법원에서는 애플만의 디자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런 디자인은 일본의 소니가 먼저 사용한 바 있다. 어떤 국가에서는 되고 다른 국가에서는 안 된다는 것은 특허 제도에 국제 표준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임을 뜻한다. 이는 기업의 제품 개발에 심각한 장애 요인이 된다. 다자 간 협상을 통해 국제적인 공통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허의 과도한 보호도 문제다. 이번 평결로 소비자는 앞으로 훨씬 더 비싼 스마트 기기를 구입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결국 특허가 기업의 혁신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소비자에 대한 '약탈적 가격'의 강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호 대상 특허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산업계와 소비자, 법조계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평결로 삼성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도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도 높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이런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혁신뿐이다. 기업 차원에서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디자인과 원천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관련 전문가도 꾸준히 육성해야 한다. 이번 평결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도약의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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