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는 원자력 발전소도 있고 방폐물 관리공단도 있으며, 큰 공단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가장 경주다운 수식어는 '천년을 이어온 역사 문화 관광도시'임에 틀림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경주를 이끌어가는 인사들의 사고는 다른 지자체와는 달라야 한다. 경주의 역사와 예술, 문화, 관광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주시의회가 경주를 대표하는 각종 문화 관광예산을 송두리째 없애거나 삭감하는 등 문화 관광에 대한 인식이 위험한 수준이어서 걱정스럽다.
이달 24일은 경주읍성을 축조한 지 꼭 1천 년이 되는 날이다. 고려 현종 3년(1012년)에 축조했으니 경주읍성은 신라와 고려, 조선을 거친 경주지역 대표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읍성의 정확한 축조 날짜를 정확히 알 수가 없어 임진왜란 때 경주읍성을 탈환한 날을 축조 기념일로 정했다. 경주읍성 복성 기념일이기도 하다. 이 행사를 통해 경주시는 문화재 복원과 가치 부각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었다. 경주시는 지난해 이 같은 의미를 두고 학술세미나 등을 위해 예산을 신청했지만 시의회는 신청 예산을 전액 삭감, 1천 년의 시공을 넘겨버렸다.
이것 뿐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가 된 추억의 수학여행과 달빛기행 등의 예산도 전액 삭감 위기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가슴이 답답한 상황이 연출됐다. 추억의 수학여행과 달빛기행은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한국관광의 별, 프론티어 부문에 선정된 걸작이다. 타 지자체도 유사 행사를 앞다퉈 개최할 정도로 탐내는 인기 행사다. 그런 경주를 대표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한국관광의 별 선정 1년도 안돼 열리지 못할 뻔 했으나 겨우 예산이 의회를 통과했다.
정동극장에서 열리는 '미소2-신국의 땅, 신라' 공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미소2는 문화관광부 20억원, 경북도 5억원을 확보하고 경주시에 5억원을 신청했지만 시 의회가 불요불급하다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우여곡절 끝에 3억원의 예산이 부활됐지만 경주의 대표적인 야간 브랜드 공연이 무산될 뻔 했다. 미소2는 상설 공연 1년여 만에 300여 차례 공연 횟수를 기록했고, 관람객만도 8만5천여 명을 훌쩍 넘어서는 인기 공연이다.
믄제는 올해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경주지역 문화관광 단체들은 내년 예산 확보에 걱정이 태산이다. 시의원들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지만 적어도 천년 고도 경주의 시의원은 달라야한다. 경주의 정통성과 경주의 문화를 온몸으로 이어가려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그 노고를 칭찬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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